미완의 생각.
12월의 창(窓)
귀촌
2008. 12. 1. 11:38
달력을 떼어내니 문이 열리기만 기다렸다는 듯
이천 팔년12월의 숫자가 우르르 솟아오른다.
스물한개는 검은정장 차림
다섯은 붉은야회복 넷은 파란목도리를 두르고 있다.
겨울의 본모습을 보이는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준엄한 카리스마가 있으며
마음을 설레게하는 크리스마스가 있어
야누스(Janus)를 닮아있다.
12월은 징검다리다.
올해의 끝자락과 내년의 첫문을 연결하는
지고지순(至高至順)한 운명의 달이다.
가뭇가뭇 잊혀지는 것들을
한 번 쯤 뒤돌아보게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깍지낀 손으로 서로를 확인한다.
하나 둘 술 권하는 숫자에 동그란 울타리가 생긴다.
어떤 것은 중요표시까지 훈장을 매달아 무거워지고
메모까지 문신처럼 새겨지면 주머니는 휑한 바람이 찬다.
12월은 동지 팥죽으로 따스한 정(情)을 나누고
사악한 액(厄)을 막는다.
내 창(窓)으로 들어온 12월은
늘 목젖 언저리를 맴도는 한마디
하트모양의 그 한마디를
올해도 자맥질만 하다가 가라앉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