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각.

삶을 지탱하는 요인..

귀촌 2009. 2. 13. 09:13

삶을 지탱하는 요인 하나.


동트기 전 어둠은 땅 거죽을 꽁꽁 동여맨

검은 보자기다.

간간히 자동차 불빛만 간신히 활로를 뚫을 뿐

모든 사물이 깊이 침잠해 있는데 빗방울이 대지를 깨운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라 격한 바람을 동반해 와도 반갑다.

도심의 미세먼지를 가라앉히고 황량한 마음 밭도 적셔주면 좋겠는데

일상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출근길 걱정부터 한다.


오늘부터 입시학원에 나가기 시작한 아들 덕분(?)에

출근길이니 내려주고 간다는 명목으로 부산하게 서둘렀다.

그러나 사무실에 도착하니 7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잠든 사무실 집기들을 깨우고 문을 활짝 열어 찬바람을 불러들였다.

또다시 시작하는 대학입시와의 전쟁의 서막은 이렇게 열린 것이다.

작년 수능에서 패배한 후 줄곧 독서실에 칩거해온 녀석은

나름대로 미안한 기색을 띠며 학원 입학시험을 준비한 모양이다.

성적순으로 반 편성을 한다는 입시학원장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었기에 다소 마음은 놓인다.

그러나 박사학위를 받고도 환경미화원이나 택시 핸들을 잡는

이 현실은 암울한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오늘 신문에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도산을 크게 보도하고 있다.

자영업을 하는 한 사람으로 절실히 피부에 와 닿는 말이다.

이 땅의 수많은 가장들이 가족부양의 책임에 자유롭지 못하기에

이런 경기 흐름에 깊은 고뇌를 할 수 밖에 없잖은가...


커피 잔을 들고 ‘부성자옥(夫城子獄)’ 이란 말을 되뇌어 본다.

좋은 뜻으로 해석할 수 없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다.

이런 시절에 재벌총수의 황태자가 이혼소송을 당해 수천억 원의

천문학적인 재산분할 소송을 할 것이라는 기사는 개인의 아픔을 넘어

사치(奢侈)라는 생각에 참으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삶을 지탱하는 것은 가족애와 희망이다.

또 그것을 유지하기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것이 삶이라 여긴다.

거창한 철학적 사회학적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개인의 행복을 위해 준비하며 노력하는 삶 그것이 전부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