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애도하는 물결을 보며.

귀촌 2009. 2. 18. 09:11

애도하는 물결을 보며.


죽음이 손짓하며 부를 때 나는 그에게

무엇을 내밀 수 있을까...

지난 세월 이렇게 살았노라 보여 줄만한 그림이 있을까?

세상이 보면 그저 언제 왔다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진데

한 사람의 죽음(선종)을 보며 자신을 되돌아본다.

무엇이 저렇게 많은 조문 행렬을 만들어 낸 것일까...

꽃샘추위치곤 그 기세가 날카롭기 그지없는데

발을 동동 구르며 목도리에 마스크, 장갑에 모자까지 쓰고

몇 시간씩 줄을 서서 한시라도 빨리 마지막 그의 모습을 뵙고자

마음을 다독이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여기서부턴 누구도 함께 갈 수 없는 나라

편지하지 마라

전화도 사절이다

나는 여기서 오래전부터

아무도 모르는 마지막 공부에 골몰하고 있다

잊혀지고 작아지고 이윽고 부서져

사라지는 법

이 세상 마지막 공부에 땀 흘리고 있다“

(홍윤숙님의 마지막 공부)

누구에겐가 빛이 되고 길이 되는 마지막 공부는

죽음이다. 

출생과 죽음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지만

끝과 끝은 통하는 법이랄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를

공부하는 과정에 놓인 것은 아닐까...

스테파노 김수환 추기경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고맙습니다. 사랑하세요.’

이 말뜻엔 종파와 이념과, 남녀노소 빈자와 부자가 따로 없기에

얄팍한 술수도 없고

숫자로 따지는 계산서도 없다.


오늘부터 추위도 한결 누구러 질 것이라는 예보다.

바야흐로 봄기운에 대지는 꿈틀대고

자연의 초목은 흙속의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겠지.

경제적 빙하기를 맞은 우리네 삶도

마음속에서 작은 것부터 꾸준히 꼼지락 거리며

그가 남긴 사랑을 자꾸만 가슴에 세기다보면

이 동토에 꽃이 되고 나비가 되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