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는 물결을 보며.
애도하는 물결을 보며.
죽음이 손짓하며 부를 때 나는 그에게
무엇을 내밀 수 있을까...
지난 세월 이렇게 살았노라 보여 줄만한 그림이 있을까?
세상이 보면 그저 언제 왔다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진데
한 사람의 죽음(선종)을 보며 자신을 되돌아본다.
무엇이 저렇게 많은 조문 행렬을 만들어 낸 것일까...
꽃샘추위치곤 그 기세가 날카롭기 그지없는데
발을 동동 구르며 목도리에 마스크, 장갑에 모자까지 쓰고
몇 시간씩 줄을 서서 한시라도 빨리 마지막 그의 모습을 뵙고자
마음을 다독이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여기서부턴 누구도 함께 갈 수 없는 나라
편지하지 마라
전화도 사절이다
나는 여기서 오래전부터
아무도 모르는 마지막 공부에 골몰하고 있다
잊혀지고 작아지고 이윽고 부서져
사라지는 법
이 세상 마지막 공부에 땀 흘리고 있다“
(홍윤숙님의 마지막 공부)
누구에겐가 빛이 되고 길이 되는 마지막 공부는
죽음이다.
출생과 죽음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지만
끝과 끝은 통하는 법이랄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를
공부하는 과정에 놓인 것은 아닐까...
스테파노 김수환 추기경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고맙습니다. 사랑하세요.’
이 말뜻엔 종파와 이념과, 남녀노소 빈자와 부자가 따로 없기에
얄팍한 술수도 없고
숫자로 따지는 계산서도 없다.
오늘부터 추위도 한결 누구러 질 것이라는 예보다.
바야흐로 봄기운에 대지는 꿈틀대고
자연의 초목은 흙속의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겠지.
경제적 빙하기를 맞은 우리네 삶도
마음속에서 작은 것부터 꾸준히 꼼지락 거리며
그가 남긴 사랑을 자꾸만 가슴에 세기다보면
이 동토에 꽃이 되고 나비가 되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