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일상.
새벽을 여는 일상.
온 몸의 근육이 수축과 이완작용을 포기하고
구석구석 뼈마디가 금방이라도 빠져 나올 요량으로
쿡쿡 쑤셔댄다.
왜 이럴까... 왜 이렇게 자꾸만 땅속으로 꺼져 들려는 거지?
일어나야 돼
이렇게 누워있다간 영원히 못 일어날지도 모를 일...
가까스로 눈꺼풀을 밀어 올려 천정과 벽면, 유리문을 둘러본다.
어둠에 묻혀있는 희뿜한 모습...
몇 시나 되었을까...
정신을 집중하려고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어본다.
“살라카둘라 매치카불라-비비디 바비디 부~~”
광고 카피로 너무 널리 알려진 것이라 효과가 없나보다.
손오공 주문을 외어볼까...
“우랑부리 바라나부릉 뿌따라까 따라마 뿌라이~ 야!”
역시 내겐 이 주문이 통하나보다.
어렴풋이 시계가 보인다.
새벽 다섯 시가 조금 못된 시간이다.
가늘게 누군가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뭔가 톡톡 두드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빗소리다. 가늘게 내리는 빗소리.
맞아... 비가 내리는 날이라 이렇게 자꾸만 가라앉는 게야...
하지만 여섯시까진 아직 한 시간이 남아 있으니 좀 더 자야지...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보이지도 않는 羊을 센다.
빗소리가 자박바박 더 또렷이 들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 잠이 들었었나보다.
핸드폰의 알람소리가 요란하다.
‘띵동 띵동 3월3일 아침 여섯시를 알려드립니다.’
두세 번 반복하니 언제 누워있었냐는 듯 벌떡 일어나 앉았다.
눈을 부비고 안경을 찾아 낀다.
부엌 쪽에선 달그닥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내는 벌써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나보다.
아들 녀석이 7시 30분까지 학원에 도착해야 한다.
하여 항상 여섯시를 기해 아침은 부산해 진다.
녀석은 한시 반에서 두시 사이에 잠이 드나보다.
그러니까 항상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버거워한다.
어떤 때는 안쓰러운 생각이 들지만 자신이 선택한 것이니
묵묵히 지켜본다. 대신 아침 출근길에 학원 앞까지 데려다 준다.
올 한해는 이런 챗바퀴를 반복해서 돌려야 될 것 같다.
요즘 경제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
정신적으로 힘겨워 한다. 심리적인 안정감도 상실되어 간다.
무엇이 이토록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일까...
주식? 환율? 부동산?.... 아니면 정치?
어느 한 가지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인은 복합적으로 그것도 전 세계가 동시 다발적으로 겪는
모순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물론 지금의 모순덩어리 역시 인간이 만들어 놓고 스스로 빠져든 꼴이다.
복합문제이기에 해답 또한 복합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풀어내든지
싹둑 잘라버리고 새로 만들던지 해야 할 텐데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전자를 택하자니 죽어갈 사람이 너무 많아질 것이고
후자를 시행하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위험부담까지 안아야 된다는 것이다.
지혜를 모아 희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그래도 힘이나 돈을 갖은 사람들이 보다 많이 협조해야 한다.
어떻게 자발적으로 이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는 어리석게도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먹어야 기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 희생양이 될 수도 있겠고 내 이웃이 그리 될 수도 있다.
회색빛 하늘아래 추적추적 가는 빗방울이 을씨년스럽게 내리고 있다.
이비 그치고 나면 양지 녘에 뽀족뽀족 많은 새싹이 고갤 내밀 것이다.
도심의 가로수도 수액을 말아 올려 푸릇푸릇 잎을 피워 내겠지.
사람들의 마음도 생동감 있게 되살아났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