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아침.
하얀 참깨꽃은 층층히 피어올라
기다란 몸체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그네타듯 까르르 웃어주는 것만 같았다.
흥건히 땀이 고이는 줄도 모르고 할머니는
호미를 들고 긴 밭고랑의 풀을 메고 있었다.
밭에는 고추를 비롯해 고구마넝쿨과
껑충한 키에 유난히 기다란 잎을 나풀거리며
밭 주변을 경계하는 초병처럼 줄지어선 옥수수가
환한 미소로 곁에온 낯익은 꼬마를 맞아주고 있었다.
"오~내강아지 학교갔다 왔는가?"
할머니는 흩으러진 머리를 쓸어올리며 환하게 웃으신다.
"할매, 물가져 왔어..."
아이는 익숙한 동작으로 물주전자를 건네며
멀리 떨어져 계시는 엄마를 부른다.
엄마 역시 머리를 감싼 하얀 수건을 풀어 땀을 닦으시며
"응, 거그따 놔둬라..."
거의 사십여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왜 이렇게 어제일처럼 생생할까...
늦게자고 일찍 일어나 밥상앞에 앉는 수험생 아들녀석을 위해
아내는 고소한 참기름을 치고 맛있게 밥을 비빈다.
그냥 놔두면 나물이며 김치를 많이 먹지않으니
나름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 비빔밥일게다.
가끔 비벼주는 밥을 제법 맛있게 먹어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요즘 아이들은 고소한 맛이 사방에 널려있어 그 진미를 모르는 것일까...
별 무감각인 녀석의 반응을 보며 어렸을때 그 참깨밭이
영상처럼 떠오른 까닭은 무엇이란 말인가...
잔뜩 흐린 하늘이 한바탕 소나기라도 퍼부을 것 같은데
찔끔찔끔 몇방울 떨어뜨려
세차한 자동차 지저분하게 만들만큼 내리고 만다.
아침 저녁으론 선선한 바람이 있어 딱 좋은 기온이다.
가끔은 건조한 가슴을 적시는 아련한 추억 한 조각 끄집어내어
혼자만의 감상에 젖어봄은 어떨까...
커피맛이 참 좋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