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국화와 영혼.

귀촌 2009. 10. 5. 08:42

몇 년 전부터 어머니가 서울에 계시기에 명절을 맞아 숨막히는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친구 부친의 부음을 받아 추석 당일 이른아침에 전주로 길을 잡았다.

어지간한 일이었으면 그냥 도로사정을 핑계삼아 내려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친을 잃은 친구의 슬픔앞에는 그깟 길막힘이야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죽음 이란게 어디 날자를 봐가며 오는 것이던가...

생과 사는 늘 함께 붙어다니다가 언제 생의 문이 닫히고 사의 문이 열릴지 아무도 모른다.

물론 경우에 따라 어느정도 짐작은 할 수 있겠지만 이별은 늘 느닷없는 슬픔이다.

 

헌화와 분향 재배... 상주와 맞절...

류마티스를 앓고있어 무릎을 꿇고 절을 할때면 항상 엉거주춤 자세가 바르지 못하다.

형식의 문제지만 친구는 내 사정을 잘 알기에 얼른 손을잡아 일으켜 세운다.

부친의 변고를 물으니 친구는 길이 많이 막힐텐데 어떻게 내려왔냐고 되묻는다.

그는 다부진 체격에 이젠 배까지 나와 영낙없는 중년의 아저씨다.

걸쭉한 입담이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친군데 수심 가득한 표정에 그냥 맞잡은 손의 온기로

말없이 위로할 따름이다.

 

오늘 아침은 제법 썰렁하여 바야흐로 가을 국화의 계절임을 실감하게 한다.

언제부터 영정앞에 국화로 장식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특히 가을 국화꽃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계절의 촉매다.

 

 

꽃잎 하나 하나에 서늘한 가을 바람이 일렁이고 드높은 파란 하늘이 담겨있다.

어딘지 모르지만 알수 없는 어떤 세계로 떠나는 영혼이 좋아 할만한 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깊어가는 가을 속으로

국화꽃 앞세워 스스로의 영혼을 위무하는 산책을 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