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자작시.

가을 강에 가면

귀촌 2009. 10. 31. 09:24

 

가을 강에 가면

 

                             이제영

 

창백한 하늘이 잠겨있는 강심(江深)위로

우~ 갈바람 일어나 서성인다

 

지난 여름 수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흘리고 간

웃음 보따리와 연인들의 풋풋한 사랑

물빛 위로 간간히 자맥질 한다

 

강안(江岸)의 수액을 빨던 갈대잎은

찬 서리에 백발이 되고

뼈마디 서걱대는 신음을 뱉어내며

삭풍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잎이 죽어 뿌리를 살리는

 

엄숙한 묵념이 시작된다

 

가을 강가에 서면 삶의 뒷모습이

사운거리 듯 맛있는

바람소리로 안겨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