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각.

장례식 연가

귀촌 2009. 11. 20. 10:12

어느 장례식장에서




내 이름 앞에 故자가 붙는 날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생각 속에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

지나간 세월은 송두리째 어디론가 흩어지고

때 묻은 유형의 잡다한 것만 남을 진데

흩어지고 모이며 누군가는 슬피 울어주지 않을까

시들어버린 육체위로 배회하는 영혼이 있다면

아무런 흔적도 없이 배시시 웃을 수 있을까

부질없고 허망하게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숫자로 점철된 나날들이 바닥을 보이고

여기가 끝이라는 푯말을 확인하는 순간 내 영혼은 담담할 수 있을까

온기 없는 육체에 모시로 된 수의가 입혀지고

슬픈 흐느낌이 밀가루 반죽처럼 빈 공간 없이 채워지며

절망과 아쉬움이 국화꽃 향기에 뒤범벅 될 때

촛불을 이고선 향촉의 연기가 허허로운 외로움을 달랠 텐데

그 무상함을 엄숙한 침묵을 이겨낼 수 있을까

삶이 있었기에 맞이할 수밖에 없는 그 처연한 과정을 밟아 가는 것이기에

용서와 화해 그리고 영혼에 대한 배웅의 자리라 여기며

남는 자와 떠나는 영혼의 진지하고도 아쉬운 악수를 통곡을 삼킬 수 있을까

우리는 

각자의 주어진 삶을 통해 기록한 날들을 장례식 날 자신의 영혼 앞에

얼마나 아름답게 펼쳐 보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