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생일축하

귀촌 2010. 1. 19. 12:06

무신경한 생활로 그냥 그렇게 시간의 흐름앞에 몸을 내맡긴 그런 날들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복잡한 현실적인 일로 인해 여타의 다른것은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였을까...

누군가의 축하해줄만한 또는 기억해줄만한 일을 꼼꼼히 챙겨준다는 것은 어쩌면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만큼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다는 작은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음력 12월0일 1961년에 처음 빛을 보았으니 마흔아홉번째 맞는 생일이었다.

음력12월이니 그해 양력달력에는 빠져있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더구나 올해는 윤달까지 있었기에 매년 양력1월초로 잡히던 날자가 올핸 중순을 넘겨 있었기에

관심에서 그만큼 더 멀어져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일정이 양력달력을 중심으로 진행되기에 바쁘거나 조금만 신경을 덜써도 금새 잊기 쉽다.

자신마저도 알지 못하고 출근을 하여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점검하는데

은행과 보험회사에서 고객관리차원의 메일이 왔는데 '고객님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라고

되어 있고 케잌과 촛불그림까지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부랴부랴 달력을 보니 정녕 본인 생일 음력12월0일 이다...

그렇다면 아내와 아들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얘긴데....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괜히 서운한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아~ 이렇게 가족에게까지 관심밖으로 밀려난단 말인가...

그것은 다시 내 자신의 삶의 방법이 잘못되어 있다는 자책으로 되돌아 왔다.

그래도 혹시... 영화에서처럼 퇴근하여 현관문을 열면 생일상을 차려놓고

색종이 폭죽을 터트리며 생일축하 한다는 함성(?)이 준비되어 있지는 않을까...ㅋㅋ

말도 않되는 상상을 해봤지만 역시 현실은 영화와 달리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요즘 아내가 집에 없어 음식까지 기대할 수 없다지만 아들녀석의 케잌축하쯤은 은근히

기대했는지도 모른다.ㅎㅎ

뭐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 녀석은 여느때와 아무런 변화도 없이 무뚝뚝하게

'아빠 잘 다녀오셨어요?' 이게 끝이다.

저녁을 먹고 과일 한쪽을 먹으며 아들녀석에게 '너와 네 엄마는 보험회사만도 못하다...'

생뚱맞다는 표정이길래 '임뫄~ 잘 생각해봐...' 라고 한마디 하고 지나갔다.

그 뜻을 오늘 아침에서야 알았는지 차마 말도 못하고 미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나에서 열까지 세세한 것을 다 챙겨주시고 생일이면 시루에 떡을 하여 촛불을 켜놓고

조왕신(竈王神)에게 기원을 드려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생생하다.

딱히 생일 선물이라 하여 특별한 것도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대가족이 함께

마음을 다해 축하해주던 그 시절의 집안분위기가 얼마나 좋았던가...

울적한 마음에 못마시는 술을 마셨더니 아침까지 머리가 무겁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답을 찾아가려는 노력도 없는 현실이 더 씁쓰름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