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2010. 9. 23. 15:05
폭우
이제영
광활한 바다에서 잘 훈련된 빗물
고공낙하로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고
점령군처럼 밀려든다
아우성과 비명
그것은 평온한 일상에 반기를 든
전쟁이다
통통거리며 퍼덕이는 심장
아연실색한 눈망울 위로
가차 없이 내리치는 번개 천둥
그것은 초 절정의
고독이다
상상과 예측을 깡그리 무시한
놀라운 작전이 끝난 후 도심
그것은
낭만의 종말이다
광란의 극이 막을 내리고
수첩 안에 박제로 사로잡은 폭우의 뒷모습
땀방울로 얼룩진 셔츠 사이로 솟는 힘줄
그것은 낭만과 사랑을 살려낼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