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들 상민아~
3일째 연이어 흐린 날씨가 계속되는구나.
기온은 다소 올랐다고는 하지만 곳곳에 녹지 않은 눈이 남아있고
을씨년스러움에 몸은 자꾸 움츠러드는 것이 아직은 겨울이란 걸 일깨우는구나.
어제 저녁에 네 엄마 전화가 왔었는데 콜렉트콜 전화를 못 받아 너무 아쉽다더라.
서랍에 넣어놓고 일하느라 못 들었다니 통화가 되지 않아 쓸쓸히 돌아섰을 네 모습이
얼마나 서운했을까 하는 생각으로 오히려 더 아프게 와 닿더구나.
군대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그것이 얼마나 귀중한 기회인지 잘 모를 수 있지.
네 동기들 단합이 잘 되나보구나. 분명 리더를 잘 하는 친구가 있을 것이다.
(나이 들어 결혼하고 왔다거나 성격적으로 리더쉽이 강하다던지...)
오늘이 입대 열이틀 째를 맞고 있는데 아직 완전히 적응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인 차이는 조금씩 있겠으나 생활관 동기들 모두 비슷할 것이야.
복장을 통일시켜 먹고 자고 훈련하는 과정이 똑같기에
서로의 처지를 너무 잘 이해할 것이다. 상대방을 위해 조금만 배려하면
모든 것이 다 잘 풀릴 것이다. 그러나 개인 휴대물품은 분실 하는 일 없도록
관리를 잘 하길 바란다. 자대에 가서도 그건 마찬가지...
아빠도 내일부터 좀 더 새로운 방법으로 일을 도모하려 한다.
일요일까지 일하고 월요일에 휴식을 갖으며 조금 늦게 출근하고
퇴근은 늦게 하는 것으로 말이다. 일의 특성상 이렇게 하는 것이
효율을 높이지 않을까 해서다. 또한 TV시청을 줄이고 독서시간확보 하는 쪽으로...
컴을 켜면 제일 먼저 충경부대 카페를 들어가 본다.
아니, 하루에도 몇 번씩 클릭해 보는지 모른다. 혹시 무슨 소식이라도 실렸는지.
아마, 자대배치 받아 일병 달 때 까지는 반복되지 않을까 싶다.
올 일 년만 지나면 네 걱정은 할 것 없겠지만 말이다. 생활하다보면 금방 갈 것이다.
용승이네 집에서 아직 입대하지 않았다는 네 친구를 봤다.
할머니랑 산다고 하던데 이름을 듣고도 까먹었다. 몸은 약해보이더구나.
신검에서 3급 받았다는데 현역으로 가나보더라. 3월에 입대한다니 추위는 피하겠더군.
용승이가 좀 챙겨주라는 부탁을 한 모양이야. 그녀석이 그렇게 속 깊은 줄 몰랐단다.
힘든 훈련을 하다보면 극한 상황을 만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너를 아는 사람들 하나하나를 떠올려 보거라.
그리고 그 사람들과 마음속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지. 그 대상이 현실인물이 아니어도 좋다.
감명 깊게 읽은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미래에 다가올 네 아내가 될 수도 있으며 또 네 아들이나 딸이 될 수도 있단다.
모든 것이 공상 같고 부질없어 보이나 아빠는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이용했단다.
사실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정신이 피곤하고 지칠 때 현명하게 추스르는 것이 어려운 문제지...
이 편지는 직접 우체국에서 보내려 한다.
대대장이 회신을 바라는 부모님 의견서도 있고 해서 말이다. 직접 손으로 쓰고 싶은데
워낙 악필이라 자판을 이용해 쓰고있으니 이해하길 바란다.
끝으로, 모든 행동은 자만해서도 않되겠지만 자신감을 잃어서는 절대 않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야말로 경이로울 만큼 네게 큰 힘이 솟게 만들 것이야.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아들아~
속깊고 의연하게 잘 이겨내길 바랄 뿐이란다.
화이팅~!!^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