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각.

올해 첫 한파주의보가 발령되던 날.

귀촌 2011. 11. 23. 23:46

 

올해 첫 한파주의보가 발령되던 날

 

 

 

기세등등하게 폭력적으로 습격해오는 찬바람 앞에

사무실 앞 가로수로 서있는 은행나무가 심하게 몸부림친다.

스스로 견디기 위해 알몸을 준비하는 준엄함에 숭고함까지 내포하고 있지만

후두둑 사방으로 떨어져 나뒹구는 은행은 황량한 풍경을 연출하는 백미가 된다.

겨울 준비로 종종걸음을 치는 것 같은 자연 앞에 생계유지로 바쁜 사람들의 삶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루해가 짧다거나 혹은 길다거나 하는 느낌도 갖지 못하고 보내는 사이에

흰 머리카락은 하나 둘 늘어나고 눈가의 잔주름도 더욱 또렷이 새겨진다.

이제 늦가을이란 말도 무색하게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지고 보니 완연한 겨울의 시작이다.

내륙 산간에 폭설(?)이란 표현도 등장하니 과장도 아니지.

무거운 침묵처럼 검은 구름에 날은 어두워지고 공포영화 속 울부짖음 같은 바람소리는

끝내 심장 한 가운데로 술잔을 붓게 만든다.

계절의 변화와 인간이 만들어놓은 나이테의 끝자락이 새겨지는 년 말이 다가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쓸쓸함, 그리고 허망함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세태의 변화는 따뜻한 온기를 나눠야 하는 소박함마저 등한시하게 만들고

가장 숭고한 인간의 존엄성까지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게 만들기에 우리를 슬프게 한다.

추위가 시작되는 이런 날엔 더욱 가슴 저리게 하는 것이 불우이웃을 돕자는 캠페인이다.

어쩌면 인간이 존재 하는 한 결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문제겠지만

불우이웃은 작은 정성을 간절히 기다리는 존재이기에 추위는 또 하나의 진정한 고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