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각.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귀촌 2012. 1. 12. 23:20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날카롭게 파고들던 서릿발 같은 찬바람도

오늘 오후엔 다소 끝이 무뎌진 것 같다.

하는 일이 부동산 중개업이다 보니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모양세로 사무실을 찾는다.

소개하는 물건의 금액에 따라 중개수수료가 정해지는 것이기에

대게의 사무실에서 아주 적은 금액으로 거래되는 부동산에 소홀하기 일쑤다.

그러나 되짚어보면 그런 사람들은 거의 돈이 없어 가난한 사람들이다.

얼마 되지 않는 금액으로 주거할 보금자리를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한다.

숙명여대 근처라 여학생들이 많은 편인데 오피스텔에 찾아드는 학생들은 그나마

부모님의 형편이 다소 나은 편이다.

몇 일전 중국역사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이 전세방을 구하는데 5천만원으로 원룸을 찾는다.

그러나 몇 개의 방을 어렵게 구해 보여주었지만 책이 많아 너무 협소하다는 얘길 한다.

또한 여학생들은 골목을 길게 들어간다거나 1층은 신변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적극 권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물론 저당이 많이 설정된 집도 금물이고...

오늘 또다시 그 학생은 다른 집을 보기위해 통화를 하여 사무실에 들어섰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얘길 해봤는데 속이 꽉 찬 학자의 길을 걸을 마음가짐을 하고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겉멋에 젖어있고 오직 취직하는데 몰두해 있건만 그 학생은 좀 달랐다.

물론 돈이 많은 집안이었으면 넓고 쾌적한 오피스텔을 찾았을 것이다.

외모지상주의 라는 말이 나올 만큼 보이는 것에 치중하는 세태를 내심 우려해 왔는데

이런 학생들도 있다는 것에 왠지 수수료를 떠나 꼭 좋은 집을 구해주고 싶은 맘이 생겼다.

칼바람도 마다않고 이곳저곳을 뒤짐 하여 비교적 좋은 여건을 갖춘 집을 찾아냈다.

아직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지만 의사결정을 해준다면 중개수수료도 받지 않을 생각이다.

중국역사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만한 시간을 갖지는 못했지만 강희제나 건륭을 대단하게

여겼던 내 생각에 반해 그 학생은 당나라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중국문화 중흥기는

바로 당나라 시절이란 얘기다.

중년의 삶에도 과거를 되돌아보면 분명 찬란한 중흥기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때는 그것을 실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듯 우린 언제든 새로운 호기심으로

늘 무엇인가를 궁리하고 실천 하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개인의 중흥기를 다시금 되찾지 않을까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