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각.

고등어구이를 먹다가.

귀촌 2012. 7. 15. 12:22

 

고등어구이를 먹다가.

 

점심으로 고등어구이를 주문했다.

접시에 올라온 모습은 노릇노릇 먹음직스럽다.

배를 갈라 날개처럼 펴고 누운 살점을 야금야금 뜯어먹었다.

간장에 겨자를 섞어 조금씩 찍어먹는 맛은 일품이다.

그런데 문득,

태평양 혹은 인도양 아니면 대서양 어디에 살고 있었던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넓고 깊은 어느 바다 한가운데를 거칠 것 없이 누비고 다녔으리라.

그곳에서부터 출발하여 내 입까지 들어온 살점의 경로를 추적해본다.

그러나 한 마리 한 마리 이름표를 붙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력서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가늠해 볼 뿐이다.

 

어느 날 갑자기 그물에 걸려 자유가 끝났을 것이고 허공으로 떠올라

냉동고에 저장되었을 것이다.

길고 긴 항해 끝에 뭍에 닿았을 것이며 값이 매겨져 자신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팔려 나갔을 것이다. 변호할 겨를도 없이 말이다.

몇 군데를 더 떠돌다 비로소 얼음감옥에서 풀려나

온수에 목욕을 했을 것이며 바로 얼마 전 뜨거운 오븐에 지글지글 살점을 익혔을 것이다.

모든 과정이 다 완료 된다고 끝이 난 일정일까? 그러나 여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목구멍과 위를 통해 일부는 피와 살이 되고 또 일부는 배설이 되어 어떤 성분은

다시 바다로 돌아갈 것이다.

내 육체도 아니,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든 태어나 살고 죽고 또 무엇으론가 되살아나는

그 순환의 구조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인간이기에 가능한

총체적인 사유와 고도의 문명을 발전시켜 나왔을 뿐

절대 권력을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겸손과 고마움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내 입까지 도달하여 한 끼 식사가 되어준 고등어와 그 과정에 닿았던 손길 손길에

경이로운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