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친구에게

귀촌 2013. 5. 17. 12:17

**&& 친구에게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이렇게 느끼는 것으로 보아 분명 여름이라 부르는 계절이 맞나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춥거나 심지어 눈이 내리는 지역이 있기도 했는데 말이다.

세월이 빠르다는 이유도 있겠으나 그만큼 계절의 변화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도 되겠지.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매번 봄마다 모든 초목이 새로운 삶을 시작 한다는 것일세.

우리가 당연시 여겼던 계절의 변화가 따지고 보면 신기한 조화가 아닐 수 없어.

어쩌면 생명체의 무한 변신(?)이 아닌가 싶지.

비단 식물들뿐만 아닌 것이, 노화현상이 거듭되는 동물에서도 자연스런 변화는 계절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음을 느낀다오. 그것은 예외 없이 자네에게도 적용된다는 얘길세.

사고 당일로부터 약 3개월가량이 지난 이 시점에서 보면 확연히 가늠 할 수 있다오.

처음 전북대 병원 응급실에 있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하게 위태로운 상태였네.

그러나 지금 자네 모습을 보면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 것이나 다름없다오.

내 손을 마주 잡을 수 있고, 눈을 마주볼 수 있으며 얘기를 하면 그 눈빛에서 알아듣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니 머지않아 못 다한 얘기도 나눌 수 있을 것일세.

앞서 기록한 내용에 비하면 이제는 희망을 말할 수 있으며 뭔가 기대 하는 만큼 결과도

따라 줄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네의 안위를 지키려는 부모님과 가족 모두의

헌신적인 보살핌과 염원 이런 것이 쉼 없이 발현되기에 안심해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을 갖는다.

제일 염려되는 것이 있다면 본인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자네와 비교 할 수 없겠으나,

내 자신이 30대중반에 나을 수 없는 류마티스 진단을 받고 마음대로 걸을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을 때

받은 충격은 가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오. 그러나 그때도 의사가 처방한 약보다 가족이

보여준 희생과 염려가 그나마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것 같아. 물론 그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는 진행형이지.

 

우리가 산다는 것이 때론 버거워 살아내는 일이 되기도 하는데 젊은 날들처럼 지금이 그 시기가

아닌가 싶다. 이것은 단순히 자네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함께하는 것이기에

조금도 흔들림 없이 끝까지 단단한 의지로 견뎌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오.

작금의 사회 정치적인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고 어처구니없는 일들로 채워지고 있다.

나이 듦에 있어 반응하는 속도가 무뎌진 탓도 있지만 속내를 알아주는 자네가 누워있기에

그 어떤 누구와도 공감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속상하게 한다.

병상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다 사라지곤 하겠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이미 벌어진 상황에 자책하거나 분노하지 말자. 이제는 침착한 인내심으로 어떻게 하면 이 무거운

국면을 슬기롭게 극복해 낼 것인가만 생각하자. 의식이 좀 더 명료해지면 좋아하는 책도 읽고

사랑하는 귀옥씨와 가벼운 산책도 즐겨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친구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