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이 남겨주는 것들.

귀촌 2013. 10. 25. 19:40

지난 일요일 아침 일찍 소래포구에 갔다.

집에서 그곳까지는 자동차로 약 1시간가량 소요되는 거리다.

아홉시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 포구 주변은 이미 자동차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차문을 열자 비릿한 갯내가 코끝을 자극한다.

번듯한 신축 건물이 들어서 있고 그 안에 수산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수많은 점포들이 첫 손님을 맞기 위해 분주하게 이곳저곳 청소를 하며 각종 어패류를 손질하고 있었다.

요즘 일본의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해산물을 찾는 손님이 현저히 줄어있단다.

 

꽃게 철이라 알이 통통히 밴 커다란 게들이 수족관 안에 가득했다.

주인은 연신 이놈 저놈을 들어 보이며 마수걸이니 잘해 주겠다며 팔을 끌어당겼다.

새우는 세로로 서서 헤엄치고 있었고 낙지와 전복은 유리벽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게들은 공간이 비좁아 겹겹이 포개져 있었고 위에 있는 몇 마리만 집게발을 건들거린다.

먹거리의 싱싱함이 이런 것이라며 자랑하는 듯 보였다.

게는 찜과 간장게장용으로, 새우는 구이용, 전복은 죽으로 쓰기위해 골라 담았다.

간장게장을 담글 때 새우를 넣어놓으면 그 맛이 또한 일품이라며 주인은 너스레를 떤다.

또한 오늘 첫 손님이라며 몇 마리를 덤으로 담아주며 가게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건넨다.

우리의 바다에서 잡히는 완전한 국산만 취급하며 거짓 없이 영업하니 다음에 또 찾아달라는 말을 덧붙이는데

그 말과 얼굴표정에 진정성이 묻어난다.

아이스박스에 포장하여 차에 싣고 오는데 올 가을을 몽땅 안아 올린 느낌이었다.

 

교회와 독서실로 뿔뿔이 나가버린 빈집에 홀로남아 인터넷 바둑을 두다 창밖을 보니 가을볕이 너무 좋다.

베란다 화초들이 죄다 팔 벌려 조금이라도 더 볕을 맞아들이려 애쓰는 모습이다.

그런데 마침 미처 하지 못한 빨랫감이 바구니에 가득하다.

알맞게 익어 내려앉는 볕을 아까워하던 차에 잘 되었다 싶어 세탁기를 돌려 건조대에 너는데

빨랫감 특유의 산뜻한 내음이 집안 가득 차오른다.

이제 머지않아 지구의 공전궤도는 태양으로부터 좀 더 멀어질 것이고 극지방의 찬 공기는

가차 없이 온 대지를 파고 들 것이다.

라이너마리아 릴케가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과실의 완성도를 높여 달라 기도했던 것처럼

우린 무엇을 완성시키기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

아니, 완성시킬 그 목적을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끝끝내 찾지도 못한단 말인가.

 

오늘은 급습한 추위에 찬바람까지 쌩쌩 불어대니 초겨울을 방불케 한다.

고독한 사람의 내면은 이미 찬 서리로 하얗게 뒤덮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