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2020. 8. 21. 13:15

무제/이제영

 

 

해마다 자연재해는 빠짐없이 등장한다.

위험의 능선에 선 사람들이

미끄러져

지구 끄트머리 어딘가로 사라져 간다.

그 사람의 도서관도 함께 없어진다.

 

내가 앓고 있는 시간도

나를 읽어내는 속도로 소멸되고

그 끝 어딘가에서 생소한 모습으로 등장 하겠지.

 

살거나 죽는 문제가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가

부지불식 헛발질 하게 될 때

극명하게 대비되어 나타난다.

 

나를 비추는 조명이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해도

미끄러져 헛발질 하지 않게

깨어 있으라 하건만

그 또한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숙제 하듯 살아내는 삶일지라도

정겨운 추억 속을 걸어갈 때

살며시 얼굴에 번지는 미소

그렇게 또 만들어 가야 하는 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