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예년같으면 추석날 긴소매옷을 입고 성묘길에 나설텐데
올 추석은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같았다.
어제 이른 아침
조용히 산책이나 할까해서 월드컵 공원을 찾았다.
이른 아침이라 덥다는 느낌은 없었다.
가끔 한번씩 나와보는 공간이지만 어제는 너무 빠른 시간대라
조용~했다.
월드컵 스타디움 앞으로 군락을 이룬 소나무둥지에 마악 떠오르는 아침햇살이
늘씬한 다리에 간지럼을 테우며 잠을 깨우고 있었다.
2002년 그날의 함성이 우~ 하고 일어서는 것 같다.
이제 넓다란 공원은 제법 틀을 잡아가고 있다.
처음엔 난지도 쓰레기메립장이란 부정적인 이미지도 없잖아 있었지만
세월을 머금으며 꽃과나무 호수 등이 어우러지며 쉼터로 손색없이 자리하고 있다.
사람이 없는 확 트인 공간을 배회하며 걷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길 하나를 건너 호숫가로 가다보면 이런 화분이 있다.
옛날 물펌프가 있고 수란이 소곤소곤 잡담을 한다.
물론 마중물을 부어 펌프질을 한들 물이 올라오진 않을 것이다.
장식용으로 세워둔 것이지만 짧게나마 옛생각을 하게한다.
인공으로 조성된 곳이지만 아침과 잘 어울린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인공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수양버들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거울을 본다.
주변의 갈대는 물속 깊이 발을 담근 채 아직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모습이다.
오리 몇 마리가 주둥이로 아무곳이나 촐삭맞게 들쑤시며 지나간다.
호수 맞은편 하늘공원 쪽으로 수련군락이 있다.
파릇한 모습으로 촘촘히 서로의 살을 부비며 곱게 재잘대는 듯 하다.
꽃과 물,나무가 잘 어우러진 모습에 들국화가 뒤질새라 나 여깃어요~ 하며 손을 흔든다.
모습은 분명 가을인데
한낮의 기온은 여전히 한 여름이다.
가을을 상징하는 꽃과 수세미, 호박 같은 열매도 주렁주렁 매달린 채
살짝 눈인사를 한다.
잘 익어가는 가을모습이 저 안에 넉넉히 담겨있다.
하늘공원의 풍력바람개비 발전기도
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양 미동도 하지 않는다.
계절은 가을과 여름이 뒤섞인 모습으로 하루 또 하루를 뒤로하며 질주한다.
오늘 아침 뉴스 첫머리는 미국발 금융시장 불안이다.
자본주의 최대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미국의 금융불안이 가져올 위기가
팽팽한 긴장감으로 소름을 돋게한다.
태평양 건너 남의나라 얘기가 아니란게 피부에 와 닿는다.
하지만, 구제금융시대도 이겨냈다.
이런 불안에 무작정 초조해 할것이 아니라 대안을 찾고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
머릿속이 헝클어질 때
공원에 나가보세요...^^
월드컵 공원이 아닐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