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이제영 해마다 자연재해는 빠짐없이 등장한다. 위험의 능선에 선 사람들이 미끄러져 지구 끄트머리 어딘가로 사라져 간다. 그 사람의 도서관도 함께 없어진다. 내가 앓고 있는 시간도 나를 읽어내는 속도로 소멸되고 그 끝 어딘가에서 생소한 모습으로 등장 하겠지. 살거나 죽는 문제가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가 부지불식 헛발질 하게 될 때 극명하게 대비되어 나타난다. 나를 비추는 조명이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해도 미끄러져 헛발질 하지 않게 깨어 있으라 하건만 그 또한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숙제 하듯 살아내는 삶일지라도 정겨운 추억 속을 걸어갈 때 살며시 얼굴에 번지는 미소 그렇게 또 만들어 가야 하는 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