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마치고 귀대 하던 날.
아~오늘이 귀대하는 날이구나...
4박5일의 짧은 휴가를 마치고 맞이한 아침에 아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장탄식이다.
나 역시 군대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어찌 그 맘을 모를까만 녀석의 한숨은 아비인
내 폐부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휴식을 만끽할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한 너무나 짧은 휴가이기에 아쉬움이 남는 모양이다.
입대 할 때는 멋모르고(?) 캠핑 가는 심정으로 들어갔었는데 막상 겪어본 군대생활은
절대 만만치 않음이리라. 30 여 년 전 내 모습은 더 안절부절 했던 것 같다.
국가에 대한 의무로 무조건 복무해야 하는 군대생활 이지만 직접 임하는 당사자와 가족은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점심을 같이하고 혹시 빠뜨린 것 없는지 다시 한 번 챙겨보고 서울역으로 향하는 맘은
그대로 낮은 저기압으로 가라앉은 그 자체다. 별 말이 없이 운전대를 잡았는데 녀석도
의자를 뒤로 젖히고 단잠을 청한다.
막힘없이 달려 한 시간 남짓 소요되어 서울역에 도착했다.
몇 사람과 잠깐씩 통화를 하고 불현 듯 내 얼굴을 쳐다보며 시계를 안 가져 왔단다.
복귀해서 부대 내 PX에서 사겠다는데 맘이 편치 않아 서울역 내의 백화점에서
전자시계 하나를 샀다. 이제 철이 좀 들었는지 생각보다 비싸다며 핀잔을 놓는 눈치다.
KTX로 두 시간 반이면 부산역에 닿는다니 실로 격세지감을 실감한다.
플랫 홈까지 내려가 열차가 출발하는 모습을 보는데 서서히 미끄러지는 모습을 끝끝내
놓지 못한다. 순식간에 시야를 벗어나자 다리에 힘이 쭉 빠지며 온몸의 기운이
기차 꽁무니를 통해 옮겨가 버린 것 같다. 열심히 잘 하고 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녀석의 말끝이 귓전을 맴돈다.
또다시 텅 비어버린 집안은 초여름인데도 냉랭한 공기만 감돈다.
집안 어느 곳에도 맘을 내려놓지 못하고 뒤숭숭하게 시간을 할퀴고 있다.
좀 더 익숙해 져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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