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휴가 마치고 귀대 하던 날.

귀촌 2011. 6. 7. 17:07

휴가 마치고 귀대 하던 날.


아~오늘이 귀대하는 날이구나...

4박5일의 짧은 휴가를 마치고 맞이한 아침에 아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장탄식이다.

나 역시 군대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어찌 그 맘을 모를까만 녀석의 한숨은 아비인

내 폐부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휴식을 만끽할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한 너무나 짧은 휴가이기에 아쉬움이 남는 모양이다.

입대 할 때는 멋모르고(?) 캠핑 가는 심정으로 들어갔었는데 막상 겪어본 군대생활은

절대 만만치 않음이리라. 30 여 년 전 내 모습은 더 안절부절 했던 것 같다.

국가에 대한 의무로 무조건 복무해야 하는 군대생활 이지만 직접 임하는 당사자와 가족은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점심을 같이하고 혹시 빠뜨린 것 없는지 다시 한 번 챙겨보고 서울역으로 향하는 맘은

그대로 낮은 저기압으로 가라앉은 그 자체다. 별 말이 없이 운전대를 잡았는데 녀석도

의자를 뒤로 젖히고 단잠을 청한다.

막힘없이 달려 한 시간 남짓 소요되어 서울역에 도착했다.

몇 사람과 잠깐씩 통화를 하고 불현 듯 내 얼굴을 쳐다보며 시계를 안 가져 왔단다.

복귀해서 부대 내 PX에서 사겠다는데 맘이 편치 않아 서울역 내의 백화점에서

전자시계 하나를 샀다. 이제 철이 좀 들었는지 생각보다 비싸다며 핀잔을 놓는 눈치다.

KTX로 두 시간 반이면 부산역에 닿는다니 실로 격세지감을 실감한다.

플랫 홈까지 내려가 열차가 출발하는 모습을 보는데 서서히 미끄러지는 모습을 끝끝내

놓지 못한다. 순식간에 시야를 벗어나자 다리에 힘이 쭉 빠지며 온몸의 기운이

기차 꽁무니를 통해 옮겨가 버린 것 같다. 열심히 잘 하고 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녀석의 말끝이 귓전을 맴돈다.

또다시 텅 비어버린 집안은 초여름인데도 냉랭한 공기만 감돈다.

집안 어느 곳에도 맘을 내려놓지 못하고 뒤숭숭하게 시간을 할퀴고 있다.

좀 더 익숙해 져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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