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들 상민아~

귀촌 2012. 2. 5. 17:53

                                   아들 상민아~

 

오늘 같은 날씨는 그동안의 추위에 비하면 봄날과도 같구나.

세탁기를 돌리고 구석구석 청소를 하다 보니 네가 있었으면

이불도 깨끗이 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봤다.

몇 가지 먹을 것을 사오기도 했다만 맛으로 먹는다기보다 허기를 채우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들이기에 특별히 기대되는 것은 없구나.

 

내일부터 동계훈련을 나간다는데 또다시 화요일부터 추워진다니 좀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전방 고지에서 혹한과 싸우는 다른 사병들을 생각해보면 훨신 나을 것이다.

동상 걸리지 않게 방한장비 잘 챙겨서 무리 없길 바랄 뿐이다.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을 보내달라는 말에 이제 좀 철이 드나보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군대생활 하는 시간에 머릿속에 뭔가를 집어넣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시도해 보려는 네 생각에 박수를 보낸다.

온전히 죽어지내는 시간을 스스로 살려서 네 것으로 만들어 볼 생각을 했다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된다.

2월을 빼면 불과 8개월 남은 샘이다. 하루 한 시간씩만 의미 있게 보낸다 할지라도

250여 시간을 살려내는 것이니 얼마나 큰 수확이냐?

세월여류[歲月如流] 라는 말이 말해 주듯 세월이 흐르는 물처럼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잠시 잠깐의 멈춤도 없이 끊임없이 진행되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는 것 같다.

생각하는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누구에게나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자신도 모르게 자꾸 미루는 습관과, 생각 따로 몸 따로 제각각 움직이는 것만 고칠 수 있다면

네가 못해낼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

아빠가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컴퓨터처럼

지나간 시간을 모두 포맷하고 다시 설계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너는 아직 젊으니

무엇이든 또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 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있다. 작은 것에 실망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목적한 바를 향해 전진해 간다면 모두 다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아들아~!!

군대에 있는 시간 모두가 결코 별 볼일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이지.

그곳의 생활이 곧 사회생활이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소화해 내면

경험이 되고 또 네게 득이 되게 할 수 있는 시간들이다.

휴가 나올 때 까지 잘 견디고 건강히 지내길 바란다.

파이팅~!! ^^

 

                                             ---2012年 2月 5日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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