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10월30일 취해서 하는 혼잣말.
오늘은 매우 서글픈 날입니다.
팔순을 앞두신 아버지 생신을 잊고 뵙지도 못했지요.
늘 상 일이 바쁘다는 말로 얼버무리는 아들을 그저 다독이시는 속뜻을
불효자는 알지 못합니다.
건강이 좋지 못해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제 자신을 합리화 시킬 요량으로
술로 배를 채웠습니다.
이기지도 못해 끌려 다니는 독한 술로 말입니다.
그로인해 창문을 활짝 열고 깊어가는 가을밤 싸늘한 공기를 맘껏 껴안아 봅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 누구 한 사람 감기 조심하라는 얘기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대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고 고통마저도 알지 못하는 망부석이 되고 싶습니다.
차라리 무생물이었더라면 누군가에게 상처나 슬픔을 주지는 않았을 것 아니겠습니까?
온 몸에 독약처럼 술기운이 퍼져 붉은 반점이 도드라집니다.
이대로 눈을 감은 상태로 세상의 모든 인연들과 결별하고 싶습니다.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지 못한 삶은 고독하고 고통스러울 뿐입니다.
이렇게 허점투성이의 한 인간을
신께서 기억하지 못하시나 봅니다.
맞죠?
그럴 줄 알았어요.
언제 한 번이라도 존재가치를 보여준 적 없었으니 그도 그럴 것이라 이해합니다.
그러나 제 자존심은 알아달라고 기억해 달라고 절대 굽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아마, 신께서도 익히 알고 있으리라 여깁니다.
술이 깨고 나면 이런 행동마저 후회하고 거두어들일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아닙니다.
인간의 숭고한 절대 가치가 결코 신에게 뒤질 수 없음을 강력하게 믿고 의심치 않기에
고통스럽다 하여 굽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셨죠?
오늘은 이렇게라도 객기를 부려봐야 남은 시간을 지탱할 수 있겠기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 아버님께는 죄송한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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