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꺾인 꽃 같은 넋이여.
이제영
싱그러운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는 산야에
진홍빛 통곡의 메아리가 넘실댄다.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끝끝내 믿고 만
여린 영혼들의 꽃 같은 넋이
애끓는 부모의 심장을 넘어
온 세상에 노란 물결로 너울거린다.
그 어떤 참사가 과정 과정에 의문투성이가 없겠냐만
태생부터 끝까지 모순과 허점투성이로 점철된 예는 없었기에
온 국민의 애처로움을 넘어 공분의 대상이 된 세월호
미숙한 대처에 갖가지 추측만 난무하여 산자의 가슴을 끝없이
난도질 한다.
인간을 믿고 또 지구상의 모든 신들을 믿고
구조 되리라는 희망은
허망하게 꺾였구나.
애달픈 사연 사연들이 산자들의 눈시울에 점점이 박혀온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잔혹한 현실은 겹겹이 에워싸고
유가족의 망연한 눈빛은 고독하게 심해의 물길을 건저 올린다.
꽃 같은 넋이여,
피를 토하는 어머니의 한맺힌 절규
온 몸이 떨려 연신 허방을 짚고 비틀거리는 아버지의 분노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차마 되뇌이지 못하는 심정 심정들을 놔두고
바다 밑 어느 지점 어떤 통로를 통해 다른 세상으로 갔느뇨?
꽃 같이 붉은 여린 넋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