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알 수 없는 슬픔

귀촌 2008. 2. 25. 14:56

 

 잿빛 하늘은 용서(?)한다고 치자...

그러나 내 맘이 자꾸만 가라앉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

무엇이 이토록 하늘보다 더 슬프게 하는지 모르겠다.

 

속절없이

소금에 절인 배추마냥 생기를 잃고 축축 늘어진다.

늘 무엇인가 찾아 헤메이는 부랑아가 된것 같은 하루...

처음과 끝을 알 수 없이 발길 닿는대로 걷고 또 걸어야 하는데

기진맥진 더이상 뗄수없는 발걸음.

 

외롭다.

 

그 찬란한 햇살 아래서도 문득문득 외로웠는데,

이렇게 흐린 겨울날은 오죽하랴...

몸을 웅크리면 틈새 사이사이로

세파의 뾰족한 바람이 파고든다.

 

애이불비(哀而不悲) 라던가.

때로는 슬프다는 표시조차 할 수 없는 경우처럼

울먹이는 가슴을 달래며 겨우 겨우

울대 너머로 삼키는 슬픔덩어리.

컥컥 숨이 막혀오지만 꾸역꾸역 삼킨다.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기어이 빠른기차로 내려 가시겠다는 아버지.

용돈 이라며 얇은 봉투 하나 외투주머니에 쑤셔넣으니

몰래 손주 손에 쥐어주시고 표표히 떠난 당신.

시골 구석에서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원대한 꿈 이루라며

도시로 유학(?)까지 보내셨것만

마흔을 넘긴 아들은 외려 한없이 작아져 있습니다.

 

전화기를 들고

"여보세요?"

"응...나다...잘 도착 했으니 걱정말고 네 하는 일이나 잘 하렴..."

 

급기야 싸락눈이 내린다.

잘개 부서져 내리는 때늦은 눈처럼

알 수 없는 슬픔은 내려내려 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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