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 향이 유난스러웠던 그해 초봄. 그 사람의 향기를 잊지못해 열병을 앓았다.
그가 나와 시차를 두고 왔다 가버렸기에 그저, 흔적만 더듬거리고 있었는데 누군가 매화를 곁에두면 자연스레 좀더 가까워 지리란다.
어느 별에서 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같은별에서 왔다는 느낌이다. 다만, 인연의 실마리가 중간에 끊기는바람에 시간이 엇갈렸을 뿐이리라.
우주의 시간은 잠시 잠깐 찰라적 이었지만 우리네 인간은 착각에 빠졌기에 길고 길게 느낄 따름이다. 봐라... 수백년의 차이가 난다한들 지구가 지나온 길이 보인다더냐? 긴 여정에 잠시 잠깐 들렸다 가는 이곳. 네가 떠나온 별, 내가 출발한 또다른 별.
당신이 나눈 두향이와의 애절한 사랑에 반해 한없이 빠져들었던 그해 초봄에도 홍매화는 백리향을 뿌리고 있었는데 빈곤한 철학으로 어찌 되짚어 확인할 수 있으리오.
먼먼 별에 다달아 혹여 때를 잘 맞춘다면 홍매화의 열병을 치유할 수 있을까... 그대의 영혼에 돌아돌아 비껴앉은 생각으로 이 아름다운 별에서 나만의 두향이를 찾아 헤메인다.
헐래벌떡 달려와 가쁜 숨 몰아쉬는 봄. 지천으로 꽃이 만발하면 매화는 간데없고 아름다운 향기만 가슴에 문신으로 남겠지.
지금 저만치 오는 님이여! 그저 말없이 안아주는 것만으로 깊고깊은 눈에 담겨있는 따뜻함을 알기에 사랑으로, 그리움으로 다가서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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