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갑자기 어두워지며 때아닌 천둥번개가
공포분위기를 만들던 오후.
잘 알고 지내는 선배 한분이 전화를하여 대뜸
"이사장! 괜찮으면 바람쐬러 갈까?"
"요즘같으면 바람이라도 쐬고싶은데 마땅한곳이 있어야죠.."
"시간만 내봐~ 2박3일정도는 책임(?)져 줄테니까.."
시간을 내지않으면 금방 후회할것 같은 분위기에
"그럼 이번주 목요일 오후늦게 출발하여 토요일 오전에 돌아올까요?"
"오우케이~"
이렇게 시작한 통화가 현실화 되어 떠나게 되었다.
차량과 음식, 술 등을 다 준비할테니 몸만 가란다.
그래도 같이 일하는 친구와 마트에서 청하 한박스(?)와 수박 한통 음료수 등을 준비했다.
선배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 형수님과 사무실에 도착했다.
다 있는데 뭐하러 이런걸 준비했냐며 짐칸에 실으란다.
반포대교 남단에서 춘천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올림픽대로는 평일오후라 가뿐하게 미끄러졌다.
창문을 내리니 강바람이 요란하게 덤벼들며 머리칼을 낚아챈다.
일하러 가는것이 아니고 편하게 놀러간다는 생각이 자못 들뜨게 만들었다.
서울을 벗어나자 들녘은 네모 반듯한 두부처럼 잘 정리된 채 모내기가 한창이다.
미사리를 지나 차는 양평 홍천 방향으로 머리를 돌린다.
여전히 북한강을 따라 북쪽으로 북쪽으로 거슬러 오른다.
강물과 산야의 초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유유자적 하는데
사람을 태운 자동차만 바쁘게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 같다.
양평을 지나 홍천방향에서 횡성 이정표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방향을 바꾼다.
산 많은 강원도 내음이 물씬 풍긴다고나 할까?
가파른 산들이 차량의 속력에 맞춰 불쑥 불쑥 고개를 내민다.
도착한 곳은 횡성군 우천면 산전리...
강을 하나 가로지르고 동네 어귀를 지나 비탈길을 조금 오르니
실개천이 흐르고 넓다란 잔디가 깔린 그림같은 별장이 다소곳히 손님을 맞는다.
입구는 좁고 안은 넓은 호리병 모양의 땅에 이쁘게 지은 별장.
선배는 형편없는 집을 사들여 몇년에 걸쳐 새로 꾸민 것이란다.
축대를 쌓고 텃밭을 손질하며 그야말로 단장을 잘 했다는 말이 실감났다.
먼 곳으로부터 들려오는 장끼 홰치는 소리와
귓전에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
흉내도 낼 수 없는 새들의 지저귐.
돌담 사이로 넘나들며 두리번 거리는 다람쥐.
졸졸거리는 실개천 노랫소리.
그 곁에 앙증맞게 자리한 정자에 돗자리를 깔고
토종닭백숙에 신선한 막걸리 한잔을 쭈~욱 들이키고
깍지낀 팔배게를 하고 큰대자로 드러누우니 신선이 따로없다.
숲속에 파묻혀 헝클어진 머릿속을 헹구는데는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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