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던 길 되돌아 가는데 왜
슬픔이 강물을 이룹니까
수백만 인파가 밤과 낮을 구분하지 않고
눈물로 함께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사람사는 세상이 도래하지 않았다는 반증이지요.
당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세상은 질곡의 터널을 걷고 있습니다.
부데끼며 살아도
소탈하게 웃는 모습 떠올리고
불의에 강하게 맞서는 서릿발같은 호통을 생각하며
사람들은 하루하루 일상을 맞습니다.
아무도 마주하지 못한 마지막 그 순간을
어떻게 감당 하셨습니까
엇그제 두발로 오셨던 모습이
어찌하여 오늘은 영구차로 오십니까
백번 천번 성대한 장례식을 치른다 한들
사람사는 세상을 못본다면 무슨소용 있겠습니까
당신이 조금만 야비하고
당신이 조금만 뻔뻔했어도 오늘의 비참함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와서 보고싶지 않은 얼굴들까지 조문을 하고
애도를 합니다.
님의 뜻대로 원망하지 않으려면 머리숙여 사죄함이 선행되어야 하건만
너무나 뻔뻔하고 당당하게 '안타깝다' 말합니다
오늘 서울 광장엔 가지 않으렵니다.
그 사람들을 보고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마지막길이 너무나도 궁금합니다.
가슴을 치며 어금니 사이로 슬픔을 삼키렵니다.
갑호 비상령이 내려지고 시내는 경찰병력이 촘촘히 박힙니다.
두려운 것이지요.
사람만 모이면 두려워하는 그들은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쪽 구석에선 엷은 미소를 머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권이 국민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두려움에 버스로 장벽을 세우면서 어떻게 소통을 하겠습니까.
가까스로 어둠을 밀어내는 촛불마냥 당신은 버텨내셨는데
어찌하여 한 순간에 그 끈을 놓아 버렸는지요.
떨어져 내리는 당신의 영혼을 함께하는 국민이 받아 내겠습니다.
영원히 살수 있게 이어 가겠습니다.
하다하다 아니되면 그냥 당신을 따라 나서겠습니다.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가 죽는 것보다 더 어려운가 봅니다.
영면 하시라 말하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관심갖고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사람사는 세상이 도래 할때까지
함께 어깨걸고 나가시길 기원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것, 입는것 이런 걱정 좀 안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런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이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일은 좀 없는 세상,
이런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8년 7월 8일 초선의원 노무현이 국민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