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의 가을 줍기>
이제영
새벽녘 툭 투둑 밤나무 산란(産卵) 소리에
덜컹 소년의 가슴이 열렸다.
뻐석한 감잎위로 둔탁하게 내려앉은 홍시 감
마른버짐처럼 울긋불긋 익은 대추알
사각대는 대숲 울타리 밑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을
더듬더듬 새벽을 헤집고
여린 손에 쥐는 토실한 가을
하나씩 꺼내먹는 아련한 추억속의 가을
소녀에게 건네던 수줍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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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대숲 언저리 여기저기에 갖가지 유실수가 있었는데
가을이면 간식용 먹을거리가 작은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였습니다.
소년은 마음속 소녀에게 마음을 표시하는 그 좋은 선물이
남보다 먼저 새벽녘에 줍는 가을...그것 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