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이상기후
문명의 발달과 상상의 결실로
생활의 편익을 위해
인류가 내뱉은 수많은 찌꺼기 들이
자연의 질서를 허물어뜨리고
그 틈새로 순식간에 밀고 들어와
폭설과 혹한으로 장악해 버리는 순간
엄청난 괴력 앞에 이리저리 허둥대는
인간의 모습은 참으로 나약함 그 자체다
층층이 쌓여있는 눈밭 위로 이랑을 내듯
좁다란 길을 뚫고 실핏줄을 타고 도는 혈류마냥
자동차와 사람들은 여기저기 산소를 날라
생명의 끈이 끊어지지 않게 안간힘을 다 한다
내리는 눈송이는 손에 닿으면 금 새 녹아버리는
여린 존재지만 한꺼번에 끊임없이 내려붓는 순간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광경을 만들어 내듯
개인으로 보면 약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헤일 수 없이 뭉쳐진다면 폭설과 혹한이 어찌
물러가지 않겠는가
자연은 자연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오늘을 견뎌내기 참으로 힘든 시절
전화가 있고 편리한 문자메시지가 있지만
빙판길이 대수냐며
얼굴 보며 얘기하고 싶어 왔다는 친구의 방문에
후끈 달아오르는 감격어린 뜀박질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이상기후
폭설에 설설 기고
혹한에 쩔쩔매는 기나긴 고독 앞에
동백꽃처럼 붉게 피어나는 돈독한 우정
한나절 따뜻함이 더없이 행복하여라.
'미완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티 참상앞에 (0) | 2010.01.16 |
---|---|
백설이 만건곤할 때. (0) | 2010.01.14 |
폭설 (0) | 2010.01.06 |
외로운 영혼. (0) | 2010.01.03 |
잊히는 것들을 위한 단상. (0) | 2009.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