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명절증후군

귀촌 2010. 2. 15. 15:34

 

다소 설레고 어수선 했던 설 명절 분위기가 가라앉고

오후의 햇살이 명랑하게 쏟아져 들어오는데 문득

나른한 허무가 찻잔에 녹아든다.

일가친척에 어린 아이들까지 저마다 복을 빌며 덕담을 주고받고

깔깔대며 웃다가 썰물처럼 한꺼번에 빠져나간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창밖 산허리의 잔설을 바라본다.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도 아닌데 아들은 과식을 했는지

약국을 들려와 배를 깔고 침대에 누워있고 휑뎅그렁하게 비어있는

아내의 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시시껄렁한 TV를 보느니 독서가 낫겠다 싶어 책을 잡아본다.

두어 시간 정도는 맛깔스럽게 흘러가더니 이마저 지루해 진다.

이럴 땐 뭘 하지?

대체 이 어정쩡함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혼자서 뭔가 궁리한다는 것이 늘 벽에 부딪치는 것들이고

이렇게 갑자기 생겨난 공짜 시간을 횡재하고 보니 어떻게 쓸지 모르는

황당함이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일 수 있다.

무엇인가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고 또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그런 시간

삶은 늘 이런 순서의 뒤바뀜으로 이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각자의 처해진 환경이 조금씩 다를 뿐 이런 것들이 정말

명절증후군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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