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옛 생각 하나.
강산이 네 번 정도 바뀐 과거의 시절을 요즘 아이들은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60년대 말쯤 이라 해야겠다.
농촌은 완전히 보릿고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을 때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맘때가 제일 배고픈 시기이며 쌀밥은 정말 구경하기 힘든 계절이다.
대가족이 함께 살았기 때문에 어머니 젖을 떼면서부터 할머니 품에 자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8남매나 되는데 엄마혼자 모두
챙긴다는 것도 버거운 일이었을 것이다.
특히 할머니는 장손주라 하여 유난히 편애하셨는데 어린 마음에 얼마나
득의양양 했던지 모른다.
잠을 잘 때도 할머니 방에서, 밥을 먹을 때도 할머니 상에서 겸상을 했다.
어머니와 고모 작은엄마가 부엌살림을 도맡아 하셨는데 그때는
어른을 공경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당연시 되어왔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의례 할머니는 가장 윗전 이며 왠만한 의사결정은 형식적으로라도 할머니의
제가를 받아 처리하는 시절이었다. 물론 할아버지께서 계셨더라면 2인자(?)의
자리를 지키셨겠지만...
하여 보리와 쌀을 섞어 밥을 짓는데 가마솥 가운데에 쌀을 더 넣고 밥을 하여
할머니, 아버지, 그리고 내 밥에는 언제나 여느 식구들 밥보다 쌀이 조금은 더
많았다. 그것을 동생들과 누이들은 매번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아버지와 할머니는 배가 부르다며 한 두 숟갈씩 남기거나 덜어내는 것이
일상화 되었는데 그것은 다른 식구들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먹고 싶은 것 맘대로 먹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생각하면
먹을 것이 풍족한 지금보다 더 이기적일 수 있겠지만 상황은 정 반대인 것 같다.
길손이 들어와 하룻밤 묵어가는 경우도 있고 경우에 따라 봇짐장수가 묵어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럼에도 밥을 굶겨 보내는 경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동냥을 다니는 사람이나 탁발승도 빈번했다. 사람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가난함 속에서도 인의와 예지가 살아있었던 시절이다.
요즘 도심의 풍경은 정말 삭막하다.
도처에 먹을 것이 넘쳐나도 행복한 얼굴색이 많지 않다.
돈과 물량이 많은 만큼 사람들의 인정도 비례하여 넉넉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집은 없어도 자가용 없는 집이 드물고 한 가정의 한명 정도는 살 빼는데
돈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내가 느끼는 행복지수는 오히려 떨어져 있을까...
수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그중의 하나 직업이 세분화 되면서 핵가족화 된 것에서
하나의 원인이 있겠고 아파트생활을 하면서 단절된 문화가 그 두 번째 원이
될 것 같다. 특히 요즘은 온라인 매체가 있어 거의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어찌되든 나와는 무관한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최근 미국의 CCTV가 보여주듯 길거리에서 사람이 죽어가도 모른 체 지나가는
위험한 수위까지 와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동체의 해체와 극단의 이기심이 배려는커녕 자신마저 위협하는 모순된 사회에
우린 살고 있는 것이다.
어버이 날이라 하여 흩어져 살던 자식들이 노부모를 찾는 날이다.
뉴스 앵커는 그나마 찾아주는 자식을 둔 노인은 다행이란다.
현대판 고려장 노인요양원에 모셔놓고 일 년에 한두 번 찾는 경우가 많다니 이것을
이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치유해 나갈지 모를 일이다.
인간이 고귀하다고 인정받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어쩌면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기 때문이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명석함이 있어서일 것이다. 두뇌회전만 빨라지고 휴머니즘이 없어진다면
컴퓨터라는 기계와 다를 게 뭐 있겠는가?
생각해 보면 내 삶의 여정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유년시절 대가족이 모여 살 때
그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비록 넉넉한 생활은 아니었을지라도 자연과 더불어
기쁨과 슬픔을 온 가족이 함께 하며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지냈던 그 시절 말이다.
문명과 첨단기술의 발달에 생활이 말할 수 없이 편리해 졌지만 사람들은 더욱
고립되어 고독의 섬으로 밀려나는 이 현실이 자살 율 세계1위라는 오명을 가져왔다.
어버이 은혜를 생각하는 것은 일상에서 늘 있어야 할 것이며 오늘은 더욱 그것을
서로에게 확인시키는 날이다. 거꾸로 평상시 삶이 바쁘다고 잊고 지내다 오늘 하루만
생각하는 경우는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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