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각.

오월 첫날의 독백

귀촌 2010. 5. 1. 16:26

5월 첫날의 독백.



2010년 봄꽃은 오셨던가?

응, 오셨었지...그런데 말야...

덜덜 떨다가 세찬 비바람에 금 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그뿐이겠어, 더러는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얼어 죽기도 했지.

서해바다에서는 어떻고...

20대 찬란한 청춘의 붉은 꽃들이 맥없이 수장되어 황망히 떠나갔지.

다시 못 올 그 길을 말이야...

신기하게 오월 첫날을 맞으며 낮 기온이 수직으로 올라갔다.

잔인한 4월과 푸르른 5월을 극명하게 구분 짓는 것이지.

잃어버린 화사한 봄

붉은 장미를 닮고 푸름의 절정을 이루는 5월이 대신해 줄 수 있을까...

혹자는 신록이 꽃보다 아름답다 하더이다.

앙상했던 가지에 눈(目)이 생기고 그곳을 비집고 올라오는 여린 잎을 봐...

새롭게 우주가 창조되는 현상이 아니고 뭐겠어?

사람들도 생각의 끝에 새로운 눈이 생겨나고 새 활력이 돋았으면 좋겠는데...

커피 한 잔으로 5월의 화사한 햇빛을 감상한다는 것은 귀한 시간이야.

존재의 의미가 식도를 타고 온몸에 퍼지는 행복한 순간이지.

떠나간 사람에 대한 기억을 건져 올리고

다가올 사람의 이미지를 상상하는 즐거운 시간임을 알아야 해.

햇볕을 받으며 졸고 있는 고양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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