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각.

설 명절 연휴의 단상

귀촌 2012. 1. 24. 12:07

설 명절 연휴의 단상.

 

짧은 설 연휴동안 고향을 오고간 사람들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 안에 저마다 멀고 가까운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급격하게 변한 사회 현상의 한 단면이다.

모든 것이 속도와 시간의 쟁탈전으로 변모한 이면에는 돈의 흐름에 의해 인간의 삶이

지배되고 있는 사회적 메커니즘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과거의 삶도 이러한 과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지만 지금처럼 절대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대학의 모든 강좌가 취직이나 돈벌이에서 멀어지면 지탱하기도 힘들어지고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겼던 의리나 사랑도 인간의 내면에 둥지를 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보면

근본적인 물음, 즉 왜 사는가? 라는 명제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현대를 살아내는 우리는 끈기와 기다림 그리고 정성의 미학을 송두리째 잃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곧 외연만 중시하여 내면은 황폐화되는 중병으로 이어져 각종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냉장고는 도시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지만 그 이전에는 이 땅의 대부분의 가정에서

김치와 각종 장류를 땅에 묻거나 장독대에서 숙성시켜 먹 거리를 만들어 먹었다.

그것은 바람과 햇빛과 땅기운을 받아들여 시간 이란 양념이 배어들게 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니까 현대의 속도전과는 거리가 먼 얘기이며 그 과정에 기다림의 미학이 곁들어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지나친 비약이 될 수 있겠으나 이렇게 숙성된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었던 시절에는

사람들의 인성이 기다림과 배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또한 출타한 사람을 위해 정화수 떠놓고 새벽마다 치성을 드리던 그 정성이 보편적 가치관을 심어준

계기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해보면 보잘 것 없고 하찮게 여겼던 삶의 과정들이 얼마나 소중한 작용으로 인간의 내면을

채워주었는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자연에 동화된 삶의 방식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개개인의 생존과 관련된 이 거대한 사회현상에 혼자서 반기를 들고 브레이크를 밟을 수는 없다.

다만, 스스로의 삶에 브레이크 페달을 만들어 달고 가끔은 지긋 이 밟아 나름대로의 내면을 보살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이제, 오늘로 또 하나의 설 명절 어수선함은 끝나니 다시 내일부터 일상의 삶을 지탱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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