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에 생각해 본다.
도심의 가로수는 한여름 무성하게 자라날 꿈을 겨우내 키워 왔건만
봄이 도래하기 전 싹둑싹둑 가지를 잘려내야만 한다.
인간에 의해 조정되고 억제되는 것이지만 그저 묵묵히 제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그닥 좋은 그림은 아니다.
키 큰 나무들은 매년 반복되는 것이기에 이미 익숙하게 받아들이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밑둥을 잘리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기에 말이다.
우리가 사는 인간사회의 구성원들도 저 가로수와 닮은꼴이 참 많다.
일상의 대부분의 것들을 경제가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돈의 권력에 의해 물가 오름이나
교육비, 생활비, 주거비, 등등에 의해 싹둑싹둑 잘려나가는 비용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파산하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는
서민들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좀 다른 것이 있다면 가로수 가지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잘려 나가지만
인간의 비용은 그들의 의지가 일정부분 반영되어 빠져 나간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구성원들 간의 유기적인 시스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지불되는 비용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구조적인 모순의 틀을 인간의 능력으로는 영원히 깨뜨릴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어느 정도 완화시키는 작업은 가능할 것이다.
그것의 원천이 직접선거에 의해 민의를 대변할 의원을 뽑는 일인데
요즘 대한민국은 선거의 계절이다. 각종 정치구호들이 난무하고
서로 옳고 그름을 강조하며 표를 모으려고 혈안이다. 이들 중 과연 사명감을 갖고
자신을 희생하려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막연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또 분위기에 휩쓸려 부화뇌동 하지는 않는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그 기준은 지극히 단순하다. 각 정당 후보자의 살아온 궤적을
나름대로 살펴보고 일반적으로 상식이 통하는 사고를 갖고 있느냐만 봐도 충분할 것 같다.
우리네 삶이 적어도 보편적이라면 저 도심의 가로수 마냥 밑둥이 잘려나갈 염려만 놓을 수 있어도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꿈이 조금이라도 덜 잘려나가고 나름대로 키워내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묻고 답하는 과정을 거쳐 보다 올바른 사람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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