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씨는 온통 국회의원 나리님들의 선거얘기로 떠들썩한 방송을
과감히 꺼버린다.
50%도 참여하지 않은 상태로 선거는 끝났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 중대한 행사가 모두 끝났기에
제발 이제 일상을 돌보는 현실로 돌아와 주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TV를 아웃시킨 것이다.
아침 신문은 특정한 면만 골라보고 모른척 한다.
"저것들이 금세 금뺏지 달았다고 큰소리치며 고급승용차를 몰고다닐텐데..."
"에이~ 난 그저 커피나 한잔 마시면 될 일이다.."
고3 아들녀석이 제일먼저 집을나서고
뒤이어 아내가 급하다며 뒷일을 부탁한다며 훌쩍 현관문을 나선다.
무엇부터 해결하나... 설거지,청소,세탁,다림질...
순서는 1번 설거지, 2번 청소기 돌리기, 3번 다림질, 4번 세탁물 건조대에 널기.
3번을 진행할때 다리미의 뜨거운 열과 열받아서 생기는 열이 합해지며
땀이 흐른다. 다리미 코드를 뽑고 잔열로 손수건까지 알뜰하게 다렸다.
그리고 곧장 샤워를 시작한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욕실문을 나서자
텅빈 집안의 공허함과 혼자만의 자유(?)로움이 그를 반기는 것 같다.
벌거벗은 몸으로 거실과 부엌을 오가며 물도 마시고
머리도 말린다.
그러자 뒤늦게 세탁물 건조하는 일을 빼놓았다는 생각을 한다.
베란다로 나가기전 혹시 창문이 열렸는지 확인한다.
다행이 알몸을 감시당할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베란다 건조대로 들어선다.
서둘러 대충(?) 옷걸이를 이용해 걸어놓고
스킨,로션이 대기하고 있는 거울앞에 선다.
어라~ 아직은 봐줄만 하구나... L씨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알몸을 응시하며
스스로 위안을 갖어본다. 그도 그럴것이 4십후반인데도 배도 안나오고
머리도 그다지 하얗지 않다. 그리고...중요한 것도 건강하고...ㅋㅋ
Y셔츠 낵타이 양복을 걸치니 비로소 출근하는 사람같다.
밖으로 나오니 눈부신 햇빛이 화려하게 빛난다.
밤새 내린 빗물덕분에 나뭇가지와 공기는 상큼하다.
후~
L씨는 그렇게 전쟁을 치루 듯 바쁘게 아침을 열어젓힌 중년의 남자다.
그는 오늘도 업무상 뭇 사람들에게 많은 말을 하게 될 것이고
누군가를 설득하려 할것이다.
때때로 누구를 위해, 무엇때문에 시간에 쫓기며 맘에 없는 말을 늘어놓아야 하는지
좌표를 잃을때가 있다.
내일은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기 싫어 궤도를 벗어나
어디엔가 머리를 쳐박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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