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휴가

귀촌 2008. 8. 4. 14:23

 

장모님 팔순을 겸해 흥부골 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작은 계곡물은 발이 시려 채 오분을 견디기 힘들정도로 차가웠다.

수박과 포도 소주 맥주 몇병을 담궈놨다 꺼내먹는 맛도 쏠쏠하다.

물론 안에는 냉장고가 있지만 느낌과 맛은 전혀 다르다.

 

산위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마치 가을날 낙엽을 떨구며

굴러내려오는 바람처럼 소슬하다.

하늘빛 역시 완전히 파랗다. 수풀은 초록인데 하늘빛은 가을이다.

 

눈을 돌려 다른 곳을 봐도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동일하다.

 

밤에 사방이 먹물처럼 어두워지자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이 소근거린다.

어찌나 밝고 선명하게 보이던지 금새라도 쏟아져 내릴것만 같다.

 

 

보이세요?

저 까만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 보석처럼 담겨져 있습니다. ^^

 

다음날 이른아침 산 정상쪽으로 산책길에 나섰다.

완만한 경사라 등산화와 지팡이 만으로 무장(?)해도 충분했다.

얼마나 산을 올랐을까...

"크르륵... 크르륵..."

"우지큰...쩍... 촤르르..."

분명 바람소리는 아닌데 괴이한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호기심에 두리번 거리는데 약 2~30m 수풀속에서 검은 물체가 움직인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고 머리가 쭈삣 서는 느낌을 받았다.

호랑이는 없을테고... 지리산 반달곰?? 아니지...여기는 지리산과 거리가 있으니

혹시 노루?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쳤다.

그와 동시에 검은물체는 등산로 한가운데로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상대는 송아지(?)만한 멧돼지.

자신의 영역을 허락없이 들어온 죄값(?)을 물으려는 태세다.

내손에 들려있는 지팡이는 언제든 휘두를 태세를 갖추려는데 느닷없이

멧돼지는 반대편 산으로 쏜살같이 사라져버리는데 엉덩이 살이 출렁인다.

좌우 엉덩이 사이에 수컷을 상징하는 튼실한 주머니가 선명하다.

 

 

카메라앵글에 가둬볼려고 했지만 녀석은 이미 떠나버리고 위와같은 흔적만 남아있다.

저 풀 키가 어른 허리높이다.

야생에서 직접 덩치큰 짐승과 마주친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늘도 우리가 묵었던 그 산장에는 또다른 누군가가

무더위를 피해 짐을풀고 있을것이다.

 

 

더위는

이렇게 한 두 가지 선물을 주는 경우도 있기에

무작정 미워할 수 없는 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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