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가지치기
푸른솔.
사무실 앞 커다란 가로수
매년 이른 봄이면 이발을 한다.
모진 비바람
강한 햇빛과 컬컬한 매연 마셔가며
애써 키워온 꿈
번득이며 달려드는 낫과 왱왱거리며 파고드는 톱날에
연중행사처럼 뚝뚝 꺾인다
사람들에 의해 양육되어지는 관상수 노릇
그가 자처한 것은 아니건만
도망갈 생각도 못하며 베이고 잘리면서
어찌 원망이야 없겠냐만
또다시 부지런히 잎을 피워 올린다
삶의 무게나 절망 따윈 필요 없다
잘난 채 하며 질주하는 사람
술에 취해 허풍떨던 사람들
순식간에 사고로 죽어가는 모습
잘못하고도 외려 큰 소리 치며 삿대질 하는 사람들
너무 많이 봐온 터라
그냥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제 할일 할 뿐
흙속에 파묻고 단단히 선 발 끝에
일기처럼 기록하고 정교하게 설계한다
이른 봄이면 또 잘려나갈
새순을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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