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서북쪽 구파발역을 지나 의정부방향으로 들어가다보면 삼각산(북한산) 초입에
삼천사 라는 단아한 절이 있다.
차량으로 절 안까지 갈수 있어 많은 승용차가 비좁은 길을 꽉 메운다.
중간쯤에 간신히 주차를 하고 천천히 걷기시작했는데 가파른 길이 없어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을만 하다.
비가 내린뒤라 작은 계곡 한가득 맑은물이 흐른다.
펑퍼즘한 그늘아래 자리를 깔고 땀을 식히며 벌렁 드러누웠더니
하늘을 향해 끝없이 뻗어가는 나뭇가지가 색다른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그저 서있는 나무를 똑같이 서서 보았을때와
가장 낮은 자세로 누워서 올려다 보았을때의 느낌이 너무나도 달랐다.
수많은 잎사귀들이 서로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맞이하기 위해 치열하게 피어나는 모습과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서로 얼굴을 부벼대며 재잘거리는 광경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사람사는 세상도 저 수많은 잎사귀들의 햇빛을 향한 치열한 경쟁과 다를바 없다.
그러나 그 방법의 차이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사실에 실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물리적으로 단순 비교 한다는 자체는 말도 않되는 일이지만 말이다.
억지를 부리거나 자신의 주의 주장만을 강요 한다거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리들의 세계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부끄럼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사는 이웃은 저 나뭇잎이 서로서로 얼굴을 맞대고 사는 모습과 다를게 없다.
경쟁을 하면서도 바람이 일렁이면 서로를 어루만질 수 있는 그런 가까운 사이랄까...
하지만 경쟁만 있고 어루만짐이 없는 것은 아닌지
네가 없어도 나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지는 않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을 두가지로 나눈다면
품위있게 사는 것과 저속하게 사는 것이다.
이왕 사는 삶이라면 품위있게 살고 싶은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 고상한 품위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의 고상한 품위는
학문이나 취미 따위의 정도가 높음만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본질적으로 삶의 정도를 걷는 사람이라 여긴다.
높은 도덕관이나 윤리의식은 많이 배웠다고 반드시 잘 갖췄다고는 볼 수 없기에 말이다.
사람에게 풍겨나오는 좋은 느낌은 기술적으로 포장될 수 없는 것이다.
평상시의 삶의 자세와 추구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풍겨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인품이라 여긴다.
더위를 피해 여행을 가는 휴가철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데모이는 곳에 합류하는 일종의 유희다.
그곳에서 품위있는 사람으로 남느냐 천박한 사람으로 남느냐는
순전히 자신의 언행에 달려있지 않을까?
'미완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0) | 2009.08.24 |
---|---|
[스크랩] 좋은 시의 조건, 10 가지/박남희 (0) | 2009.08.17 |
장마. (0) | 2009.06.20 |
동화같은 세계로 (0) | 2009.06.10 |
횡단보도 (0) | 2009.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