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각.

여름과 가을사이

귀촌 2009. 9. 1. 08:57

검은 차도위로 감아 오르던 열기와

개구리 피부처럼 끈적거리던

습기먹은 바람도

어느새 풀기잃은 노년기로 접어든 양

기가 꺾여 오호츠크 기단관 몸을 섞는다.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지점처럼

늦여름과 초가을은 서로 손을 맞잡고

인수인계하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아직 벼이삭은 뜨거운 기운이 더 필요하고

가을 코스모스는 한낮의 열기가 부담스럽다.

하여 계절은 아침 저녁으로 가을을 주고

한낮은 여름을 내려놓아 조화를 이룬다.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그 사잇길로

또다른 계절이 들어와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입장에서 섞여있는 계절을 읽는다.

특히 대 유행을 앞둔 신종플루때문에 군대간 자식을 걱정하고

입시생 조카와 연로하신 부모님을 걱정한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사람들은 지혜롭게 잘 이겨냈다.

확율적으로 자신 또는 내주변에서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바이러스는 지레 겁먹는 사람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개인위생관리 철저히 하며 담담히 임하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

그래도 불행하게 걸리면 치료약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저 일상생활 열심히 하면 되는 일이다.

이른 아침의 바람이 상쾌하다.

시나브로 높아지는 하늘도 기품있어 보인다.

아직 시들지 않은 한낮의 열기는 빛바랜 옷감처럼 엷어지겠지.

여름과 가을 사이엔 오묘한 계절의 놀이가 있다.

떠나는 것과 다가오는 것의 정겨운 미소가 있다.

무더위와 충분한 햇볕으로 풍성한 열매를 만들고

뒤이어 서늘한 기운으로 단맛을 만드는 자연의 협동심이 보인다.

그 사잇길에 사람들의 마음도 풍요로워 진다.

이 아침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창문 가득

두 계절을 맞아들여본다.

참으로 아름답게 조화로운

여름과 가을 사이를 

맑은 바람이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