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장맛비
그냥 맛깔스럽게 내렸으면 좋겠다.
해갈의 청량감만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부어 주면 좋겠다.
도심의 탁한 공기만 씻어주면 좋겠다.
하나 더 욕심을 낸다면
한적한 찻집에서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을 만큼 이면 좋겠다.
이런 조건을 다 들어주면 장마가 아니지.
지루하게 흘러넘치게 쏟아 붓고
곳곳에 사건 사고를 몰고 오고
또 내면의 짜증을 불쑥불쑥 불러낸다.
이 특유의 모습을 지니지 않으면 장마는 생명력을 잃는다.
생명력이 없는 것은 밋밋하고 아무런 감흥도 없다.
우리는 역시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치열함을 지녔기에
맞서 이겨내고 또 대비한다.
장마는 장마대로 인간은 인간대로 살아 있을 때 그 참맛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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