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각.

봄비 내리는 날 단상

귀촌 2013. 4. 23. 19:11

봄비 내리는 날 단상.

 

 

봄비가 가을비마냥 차갑게 내리는 날이다.

올 봄은 수시로 습격해 오는 찬 기운에 잔뜩 움츠린 상태로 사라질 것만 같다.

때가 되어 의무감으로 피어나는 꽃과 연초록 작은 잎이 안쓰럽게 비춰진다.

실로 마지못해 펼쳐지는 광경으로 보이기에 내 안의 심경도 꼬일 대로 꼬여 있나보다.

하루도 빠짐없이 약을 복용해도 더 나아지는 기색 없이 류머티즘에 의한 통증이 지속되기에

꼬여있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인간이 만든 사회구조에 적응하지 못하는 또 다른 사람은 신의 버림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이 신을 버려 자초한 것일까?

원칙과 정의, 도덕과 의리, 신뢰와 사랑, 현실과 예술 이러한 것들 모두가 삶의 메카니즘이

건강하게 작동될 때 그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개개인의 삶이든 사회 구성원 전체의 문제든 악화일로에 놓여있는 구조적 모순을

극복 할 수 없다면 어느 정도 개선의 여지가 있어야

사람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빗방울이 흩날리는 속으로 자동차들이 도로를 질주하고

서서히 어둠이 둥지를 틀기 시작하는 시각이기에 상점마다 하나 둘

네온사인이 깨어나 본능적으로 손님을 유혹하는 화장을 한다.

어떤 사람은 술집에 들어가 추억을 삼켜댈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밥집에서 현실을 채울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무엇이 되었든 이롭게 존재하고 싶다.

그것이 인간임을 자각하게 할 것이며 내 영혼을 맑게 청소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오늘 밤도 꽃들과 여린 잎은 서로의 볼을 비벼가며 차가운 빗방울을 견뎌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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