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생각.

새벽

귀촌 2013. 6. 25. 23:42

 

새벽

 

 

 

어둠이 사람들의 온갖 생각들까지 가라앉혀 깊이깊이 침잠해 있는 시간이다.

다만, 이름 모를 풀벌레 혹은 어떤 동물들의 작은 소리들만 서성일 뿐

고요함이 수직으로 팽팽하게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절묘하게 잠을 깨워 가끔, 아주 가끔 내 자신을 불러낸다.

완전하게 자의에 의한 자유가 주어지는 순간이다.

침대를 벗어나 살며시 거실 마루로 나오면 서서히 어둠에 적응되며 희미하게

꼼짝 않고 시립해 있는 가구들의 윤곽과 가전제품들이 실눈을 반짝이며

깨어있는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냉장고 문을 열면 차갑게 익은 환한 빛이 앞 다퉈 와락 안겨온다.

물병을 찾아들고 식탁의자에 앉아 내 속내와 침묵으로 얘기를 나누는 그 시간

바로 이것이 또 다른 나를 불러내는 의식이다.

세상은 크게 빛과 어둠 둘로 나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접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질 뿐이다. 궁극적으로 그 생각이 발전하여

관념이 되고 더 나아가 사상과 철학을 낳는다. 따라서 외형은 빛과 어둠으로 나뉘는데

실상은 천 가지 만 가지 각각의 특성과 고유성을 갖게 되는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닌가 싶다.

냉수 한 컵을 마시고 나면 아득하던 정신이 깨어나 바깥 공기를 맞으러 현관문을 나선다.

계절별로 또는 날씨에 따라 새벽 공기는 그 맛이 참으로 다양하다.

적막함을 비집고 내딛는 발걸음에 신선함이 묻어난다. 새벽마다 새로운 기운으로

사물은 다시 태어난다. 그러니까 지구의 절반은 그렇게 번갈아 가면서 생기를 잉태하고

또 나누며 주고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기껏해야 집 주변을 일 이 십분 서성이다 들어오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때론 책 한 권을 읽는 것만큼 많은 생각을 하곤 한다.

삶이 지루하거나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 새벽맛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신새벽 그것은 매일매일 새로 태어난다. 조용히 그리고 위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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