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자작시.

어버이날

귀촌 2016. 5. 7. 18:01

어버이날

 

이제영

 

이제는

세월 속에 몸 안의 기운 죄다 소진시켜 버리고

빈껍데기 마냥 금방이라도

푸석하게 주저앉을 것 같은

모습으로

어머니는

반백의 자식들을 맞는다

어버이날

그 형식이

흩어진 자식들 불러 모은다

삶이 바빠

시간 속에 녹아들고 있는 자식들

어느 한 놈도 출세하여 떵떵거리는 자식 없건만

만나면 무엇이 그리 좋으신지

그저 웃고 또 웃는다

작은 용돈을 꼬깃꼬깃 모아둔 허리춤에서

손주 용돈 주라며 꺼내시면

모인 자식들 가슴에 안타까움이 한 움큼씩

뚝 뚝 떨어져 내린다

 

쓸쓸함이 흥건히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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