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이제영
이제는
세월 속에 몸 안의 기운 죄다 소진시켜 버리고
빈껍데기 마냥 금방이라도
푸석하게 주저앉을 것 같은
모습으로
어머니는
반백의 자식들을 맞는다
어버이날
그 형식이
흩어진 자식들 불러 모은다
삶이 바빠
시간 속에 녹아들고 있는 자식들
어느 한 놈도 출세하여 떵떵거리는 자식 없건만
만나면 무엇이 그리 좋으신지
그저 웃고 또 웃는다
작은 용돈을 꼬깃꼬깃 모아둔 허리춤에서
손주 용돈 주라며 꺼내시면
모인 자식들 가슴에 안타까움이 한 움큼씩
뚝 뚝 떨어져 내린다
쓸쓸함이 흥건히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