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계절에 내리는
봄비,
겨울과 확실히 이별하는 징표이며
때론 여린 꽃잎을 힘들게 하고
인간의 마음을 훔쳐가는 주범
커피 향을 더욱 깊게 만들고
그저 떨어지는 소리만으로도
잠 못 들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우두커니 창밖을 멍 때리게 하고
괜 시리 우울모드를 불러온다
부침개에 쏘주 한 잔이 어울리게 하고
누군가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 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봄비는
사랑스런 추억 덩어리며
끝 간 데모를 슬픈 바다이다
처마 밑에 빗물이 고이고
그 물 위로 찰랑찰랑 소리 내어
다가오던 두근거리던 사랑이다
오십 중반의 나이에도
똑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