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갑(回甲)
산업화가 되기 전까지 회갑연을 여는 집이 많았다.
수명이 짧았던 시절에는 이를 곧 재생(再生)하는 시점으로 여기고
장수하는 출발점으로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회갑연을 하는 사람은 없다.
사실 노인도 아니고 오히려 일할 나이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시기다.
여하튼 그래도 61회의 생일을 맞는 날은 나름 의미 있다 하겠다.
만 60년을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는데 선뜻 답을 못하겠다.
고통과 슬픔은 많았고 즐거움과 행복은 매우 짧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민이 생겼으며 중. 고등학교를 거치며 그 번민들이
詩를 끄적이는 습관으로 자라났던 것 같다.
내성적이라 많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그것이 독서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대학시절은 어줍은 이념서적에 파묻혀 지내다 학생운동에 몰두하기고 했다.
돌이켜보면 80년대는 암울한 정신세계가 몸과 마음을 지배했던 것 같다.
88년12월 결혼 후부터 생계수단을 찾아야 했으며 거의 내 생활은 없었다.
매몰되어 보냈던 세월들이다.
물론 지금도 별반 달라진 생활은 아니다.
다만, 조금 덜 조급한 것 빼곤 말이다. 그러나 건강이 발목을 잡는다.
코로나를 앓고 난 뒤부터는 최우선에 놓고 있는 것이 건강이다.
3~4년 더 준비해 낙향하여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데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온전히 내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심이 앞선다.
내가 만든 서재에서 독서도 하고 책도 써보고 가끔 여행도 하며 유유자적 하고 싶은 욕심.
이 소박한 바람이 뜻대로 이루어 질수 있도록 몇 년 더 노력해야 한다.
아내와 좀 더 진지하게 의논하고 뜻에 맞는 과정을 거쳐봐야 명확히 보일 것 같다.
오늘 나는 다시 사는 출발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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