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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순식간에 베란다 밖이 환해지더니 꽝~꽝~ 연이어 굵은 빗방울이
그야말로 장대처럼 벽과 유리면에 꽂힌다.
누군가 하늘에서 구름보자기를 쥐었다 폈다 하면서 마술을 부리는 것 같다.
새벽이란 어둠의 장막으로 눈을 가리고
마음의 준비할 틈도 주지않고 제멋대로 부리는 마술...
순간 눈이 멀게하는 강력한 불빛과 모든걸 집어삼킬것 같은 우람한 굉음,
쏴~아 퍼붓는 빗물...
시원하다... 통쾌하다... 이맛은
더위에 지친 심신에 뭔가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장관이다.
반바지 차림으로 일어나 밀폐된 창문을 확 열어젓힌다.
금방 빗물이 내몸을 덮칠줄 알았는데 또하나의 덧문 모기장이 방해를 한다.
모기장까지 밀치자 밋물은 나와 직접 소통하는 깊은 포옹을 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빗물...
금새 바닥엔 흥건히 빗물이 괸다.
여름이면 번개와 천둥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새벽처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장관은 드물다.
한껏 부풀어 오른 더위에 인내심은 한계점에 다다르고
칠흑같은 어둠이 존재하는 신새벽, 피곤함으로 골아떨어졌다 느닷없이 느끼는 공포,
그 뒤에 오는 통쾌함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만큼 큰 빛과 우람한 뇌성이어야 한다.
이것은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자연의 마술이자 한여름밤의 작품이다.
그 어떤 오케스트라도 이런 장관을 흉내낼 수 없을 것이다.
여름 이란 계절은 이렇게 가끔 커다란 선물을 주기도 한다.
때론 태풍과 폭우로 인명과 재산을 앗아가기도 하지만
오늘 새벽만큼은 자연 현상을 그저 내것으로 만들어 도취되고 즐기고 싶었다.
한 바탕의 공연이 끝나고 빗소리가 쓸쓸해 질무렵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깨끗해진 아침은 상쾌하다.
저 하늘의 마술 보자기는 또 언제 무슨 선물을 펼쳐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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