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햇빛이 강열하여 선글라스를 끼고 양산까지 받쳐든
중년의 여인이 종종걸음으로 경찰서 쪽으로 향하고 있다.
하얀 얼굴이 매우 인상적이다.
언뜻 보기에 화장을 진하게 한것같지는 않은데 마치 서양의
백인 얼굴마냥 희다. 아니, 그보다 곱다.
꽃무늬 양산이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차단하느라 창백해 보인다.
사무실 위로 경찰서가 있다.
경찰서 기동대에 젊은 청춘들이 넘쳐난다.
이름하여 전투경찰...
이 뙤약볕에도 상관의 명령에 따라 집회장소에서 육탄전을 벌인다.
집회가 없는 날에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진압훈련을 받는다.
엇그제는 "부시" 방한으로 닭장차(?)에 실려 여기저기서 대기하며 진을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그 중년의 여인은 아들이 이곳 경찰서 기동대에 복무하고 있기에 면회를 온 모양이다.
보통 면회는 주말을 통해 이뤄지는데 평일날 찾은 것으로 보아
집안에 긴한 일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약 한시간 정도 흘렀을까...
길찾는 사람의 길 안내를 위해 밖에 나왔다가 택시에 오르는 그 여인을 보았다.
양산은 접혀서 손에 들려있고
조금은 마른체형의 호리호리한 청년과 함께 뒷좌석에 오르는 모습이다.
모자를 깊숙히 눌러쓴 청년은 차안에서 고개를 떨군체 말이 없고
여인은 등을 토닥이며 연신 뭐라고 얘길 하는 모습이다.
분위기로 보아 좋은 일은 아닌 듯 싶다.
경찰서 앞 풍경은 참으로 다양하다.
때론 사고로 찌그러진 자동차가 끌려와 있고, 또 어떤때는 연좌농성을 하는사람들이
진을치고 있으며, 저녁무렵엔 취객과 실랑이를 벌이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보통 대부분이 경찰서출입은 좋은일로 오가는 경우는 없고 뭔가 문제가 생겨
방문하게 된다. 사람사는 세상의 각종문제를 제 일선에서 처리하는 기관이라
당연한 결과겠지만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에 삶의 이력이
수용액이 시험지에 번지는 것처럼 묻어나는 경우도 있다.
삶의 무게앞에 때론 절망을, 어떤때는 회한을 느낄때도 있겠지만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닌경우가 대부분이다.
금방도 오토바이 탄사라람과 승용차 운전자가 길 한가운데서 서로 밀치며
ㅆ 소리를 한다. 내리쬐는 햇빛도 아랑곳 하지않고 땀을 흘리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더위에 조금만 감정을 조절하면 훨씬 시원해 질텐데...
막바지 떠날 채비를 하는 복(伏)더위에 복(福)을 불러오는 것은 자신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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