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전화가
가물가물한 기억의 그물을 끌어올린다.
강산이 세번이나 바뀌고도 남을 세월이니
저 밑바닥 어디에 침잠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기에
통화를 하는 동안 내내 죄송할 만큼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시절 중학교를 참으로 멀리도 다녔다.
애초에는 신작로길로 다니는 대산의 대성중학으로 등하교를 했었다.
달포 남짓 그리하였으니 낯선 친구들과 막 얼굴익혀 정이 들만 할 무렵
학교배정이 잘못되었다고 남중으로 강제전학하게 되면서 고생길(?)은 시작되었다.
그야말로 산넘고 물건너 등하교를 하였는데
어린나이에 투정 한 번 못부리고 3년을 마쳤다.
그때를 생각하면 참으로 안쓰러운 자화상이 떠오른다.
타고난 몸은 약한데 결석은 하기싫고 또 공부욕심도 조금 있었기에
종종 코피를 흘리면서도 내색 한번 없이 끈질기에 그 먼 길을 오갔던 것 같다.
장맛비에 개울에서 위험한 고비도 있었고
겨울이면 눈길에 얼마나 발이 시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냥 그런 일들이 힘들기만 했던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산과 들을 가로질러 다녔기에 사계절의 변화는 물론이며, 당시에는 노루나
꿩,토끼 같은 짐승들과도 맞딱뜨리는 경우가 있었으니 무섭기도 했지만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당시의 일기장을 보면 그때의 느낌이 나름대로 표현되어 있다.
힘든 농사일에 고생하는 가족들의 모습과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의 애틋한 손주사랑도
어린 일기장에 간간히 스케치되어 있는데 이런 저런 기억의 편린을
끄집어 올린 한통의 전화...
한 발짝만 더 깊이 들어가면 애잔한 그리움에...
할머니의 하얀 미소에... 그만 목 울대너머로 눈물 방울이 꿀꺽 삼켜질 것 같은...
그런, 가슴 먹먹한 뒷맛을 안겨준 그 문제(?)의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이곳에 있다.
ㅌ으로 시작하여 ㄹ로 끝나는(ㅋㅋㅋ) 닉네임을 가지신 그분께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합니다..
<Blue Autumn / Claude C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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