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이 투명한 하늘에서 볕이 쏟아져 내린다.
봄이 일어서 기지개 켜는 입춘이 지나면서 공기는 한결 부드러워 졌다.
그러나 잠깐씩 반짝 추위가 다녀갈 것이다.
그것마저 없으면 좀 섭섭하다 해야 할까...
반복되는 일상에서 또 하나의 마디를 형성하는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었다.
기다렸다는 듯 방송뉴스는 고속도로 정체상황을 앞 다퉈 보도하고 양념처럼 몇몇이
고향을 그리는 언어로 인터뷰를 하곤 한다.
요즘은 명절이란 것이 많이 식상하다.
설빔을 기대하며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어른들을 바라보던 어린아이들도 없고
또한 어른들도 설날이라 하여 특별한 것을 준비하지도 않는다.
고유의 명절이라는 개념보다 휴가가 생겨 그것을 즐기거나 피하거나 하는 상황이다.
전자는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고 후자는 이유야 어찌되었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다.
아직 직장을 잡지 못했다거나 혼기를 놓쳤다거나 사업에 실패했다거나 등등 불편한 사람들은
오히려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싶어 한다.
사회구조가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지는 않는지 반추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족, 일가친척이 모여 어려움에 혹은 불편함에 처한 사람에 대한 배려와 어떤
대안을 찾아 함께 노력하고 힘을 보태주는 그런 문화가 정상일 텐데 서로 피하려고 하는
세태가 안타깝고 또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 모두의 삶이 지치고 힘들어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가 완벽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동체마저 무너져버렸으니 단시일 내에 어떤 해결책이
생겨날 것 같지는 않다.
그저 각자 조금 씩 조금 씩 마음의 여유를 저축해 두었다가 이런 명절 때 꺼내 쓰는 수밖에...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아니, 나는 무엇으로 살고 있으며 어떤 것을 추구하는가?
자문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삶이 아닌가 싶다.
'미완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은 멀리보면 희극이다. (0) | 2016.07.28 |
---|---|
인간으로서의 삶. (0) | 2016.06.23 |
둥지 (0) | 2016.01.13 |
첫눈 내리는 풍경. (0) | 2015.11.27 |
늙은 감나무 가을맞이. (0) | 2015.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