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단풍
이제영
붉은 가슴 이런가
어찌 붉은 마음뿐이랴
여름부터 익어온 네 속내가
기어이 정념(情念)으로 활활 타 오르는구나.
그 무엇으로도 배웅할 수 없고
차라리 엄숙한 기도(祈禱)로 너의
마지막을 추억하리라.
세월 자락이 너의 모든 것을 쓸어 가겠지만
오롯이 네 모습은 가슴에 문신처럼 새겨지고
또 다시 한 겨울 앙상한 가지에
휘몰아치는 눈보라도 아랑곳 하지 않고
보란 듯 내 마음 걸어 두리라
나는 그렇게 또다시 초록으로 환생할
네 모습을 그리고
커다란 그리움만큼 봄 볕 너울거리는 어느 날
하염없는 기쁨의 눈물로 맞이하리라.